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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Nov 24. 2024

44년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44년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나를 믿지 못한 것이요.



나를 믿지 못해서 다른 사람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비교했어요.

비교는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는 결과만 있다는 말이 있지요.

처음 의도는 내가 성장한 정도가 정상인가 참고만 하려고 했을 거예요. 내 생에 처음으로 비교한 순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치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의 옷이 더 예뻐 보이고, 동네 친구가 자기 집에 자가용 있다는 말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분명 우리 아빠도 훌륭한 분이심을 아는데도 기분이 이상했지요. 왜 우리는 다른 친구처럼 자가용 타고 친척집에 가지 못하고 버스에서 시달리다가 걸어가기를 한참 해야 하지?


초등학교에서 월말 시험을 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점수가 좋다고, 그 어린 나이에도 우쭐했어요.

정말 놀라운 건 100점을 받지 못한 다른 친구들이 바보 같다고 교만하게 굴면서도, 동시에 그 친구 엄마가 밍크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던 거예요.


'저 친구는 나보다 잘 사니까, 나보다 공부 못해도 나중에 잘살겠구나.'


어떻게 어린 나이에 토록 단순하고 명확하게 스스로의 한계를 그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위인전과 동화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분명 읽었는데도, 그건 지극히 뛰어난 사람의 이야기이고 말 그대로 환상인 동화라고 치부했나 봐요.


나 자신이 그러한 위인이 될 수 있고, 내 삶을 동화처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함을 믿지 못하고.




나를 믿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나 자신을 인정했어요.

인정받기 위해서 겉으로 보이는 걸 지나치게 신경 썼고요.

스스로 만족했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그게 뭐냐'라고 하면 그게 또 별거 아닌가 하고 속상해했지요.


김치찌개에 삼겹살과 두부를 넣어서 보글보글 끓여 상을 차리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 자체로 뿌듯해하고 기분 좋으면 될 일이었어요.


굳이 "내가 끓인 김치찌개 맛있지?"라고 물어서 잘했다는 확인받으려다가 "우리 엄마가 주신 김치이고, 이거 하나 끓이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으면서 무슨 생색이야?"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내 입에 맛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건데. 굳이 칭찬 한 마디 들으려다가 마음에 상처만 하나 더 만들었지요.


능력 있는 며느리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착한 며느리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매주 시댁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우리 아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무엇보다 더 소중한 내 가족과 더 많이 웃으며 살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 믿지 못해서 사랑도 마음껏 하지 못했어요.


누군가 내가 좋다고 하면 '내가 왜 좋지? 어떤 면이 좋은 거지? 나의 이런 부족한 면을 알게 되면 실망할 텐데?'라면서 움츠러들었어요.


짝사랑은 내 마음대로 상대를 실컷 좋아해도 되니까, 짝사랑 분야는 압도적으로 잘했어요. 어차피 나를 좋아할 일이 없는 근사한 상대이기 때문에,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그저 좋다는 표현을 했지요.


만일 짝사랑 상대를 자신 있게 좋아해서 다른 사과 사랑에 빠졌다면?

그럼 우리 아가들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 이건 생각도 하지 않을래요.




자신감이라는 한자 그대로도 나(自)를 믿는(信) 마음이잖아요.

나를 믿는 것에서 모든 마음이 시작해요.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마음,

반대로 나에게는 벅차고 나와 맞지 않기 때문에 내려놓겠다는 용 모두 나를 믿는 데에서 시작해요.


어제까지 그렇지 못했다고 하면 오늘 지금부터 그렇게 하면 돼요.

차근차근 조금씩, 나 자신에게 '믿어도 돼. 알잖아, 나는 썩 괜찮은 녀석이라는 거.'라고 말하면 돼요.


'하면 되더라.'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것도

나를 믿어서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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