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지
살짝 취기가 오를 때나
환절기에 들어서는 바람이 발목으로 느껴질 때
쉽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쉽게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쉽게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취기는 금방 사라진다
얼마나 술을 더 마셔야 하는지
얼마나 바람을 붙잡아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쉽게 사랑하지 못하고
쉽게 손을 잡지 못하고
쉽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혼자서 취해 잠들고
모르는 감정 속에서
이불이 당신 인양
내 몸이 당신인 양 껴안고
취기에 빨리 잠들기를 바라는 밤
달은 살짝 기울어진 채 밝고
나는 달을 올려다 보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고
나를 만지지 않고 하얀빛으로 나를 안아주어
잠드는 밤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나지 않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