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사랑, 생일, 마침표

by narae

이번 생일엔 혼자 여기저기 다녀보기로 했다. 서울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 심심하지 않게 같이 서울로 향했다. 합정역에서 내려서 내가 좋아하는 브리또를 먹고 알라딘 책방에서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중고로 2800원에 샀다. 최근 읽었던 소설에 나온 책이어서 궁금했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의 소설에 다른 소설이 연결된다.


마침 합정에서 일정이 있는 선생님을 만나서 비건케이크를 먹었다. 언제 사셨는지 미니 왕관과 케이크에 꽂는 생일축하모양의 토퍼가 있었다. 조각케이크에 토퍼를 꽂고 작은 꽃모양 초도 꽂아 나의 생일을 축하했다. 혼자일 것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고 많은 선물을 받았다. 홍대에서 놀려고 선생님의 차를 타고 같이 홍대로 왔는데 토요일이라 사람이 너무 많다. 다시 합정으로 올라가 카페에 간다.


조도가 낮고 음악 소리마저 고요히 깔리는 큰길 옆 골목길의 카페. 그 사람이랑 갔던 카페. 딱 우리가 매번 앉았던 자리만 비어있다. 음료를 시키고 책을 다시 펼쳐보려고 하는데 같이 왔던 그 자리에 혼자 앉아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자꾸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그 사람과 봤던 풍경을 혼자 보고 같이 걸었던 거리를 혼자 걸었다. 예뻐 보였던 풍경이었는데 이렇게 볼품없었나. 가까웠던 거리 같았는데 이렇게 멀었나. 반납해야 하는 소설책을 다시 펴고 덕지덕지 붙은 인덱스를 정리해야 한다. 소설책에 나오는 문장 중 하나.


밤사이 흘려놓은 사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분주해지는 시간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계획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함께일 것 같던 생일을 혼자 보내게 된 것에 대한 나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 함께 걷는 것,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 것, 다정한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들이 우리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들이었고, 그것들이 종료되었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손을 건네어 나의 그림자와 걸었다.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소설 속의 다른 문장이다. 사랑을 노력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시작된 마음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나만 노력하면, 내가 더 배려하면, 내가 더 참으면, 내가 말하지 않으면. 결말 앞에서 자꾸 멈춤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은 나였다. 이별 앞에서도 그는 내가 이별을 말하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되는 사랑이기를 바란 내가, 욕심 많은 사람처럼 비추어질 때. 결국 갑자기 무대에 떠밀려 나간 사람처럼 그 대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잠시 스쳐온 바람에 일시적인 미소를 지은 만남이 나를 어둡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깊은 어둠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굳이 혼자 생일날에 그 사람과 갔던 곳들을 걸으며. 내가 어쩌자고 여기에 왔을까, 내가 어쩌자고...라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그 거리를 걷고 혼자 밥을 먹고 카페에 갔다.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고 싶었기에.


어둠을 통과하려면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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