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 질문만큼이나 나를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여행의 순기능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장소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름다운 장면을 처음 본 순간 머릿속에서 느낌표가 떠오를 때. 질문의 본질보다 나를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지를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다. 눈으로 보이는 정돈은 없지만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
살아가는 모든 것에 끝이나 마침표는 없으며, 도착지보다 그 여정에서 춤을 추고 웃을 줄 알아야 하는 것. 어차피 삶에는 정해진 것이 없을 것이기에. 내가 여태까지 살아왔던 길을 보면, 적어도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의 차원에서 보면 영원히 할 것 같은 일은 지금 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도 흐려질 수 있다. 안개처럼 희뿌연 것들이 내 눈앞에 나타날 때, 나는 아주 고통스러워하는데 그 안개를 지나오면 나는 웃게 된다.
조금만 걸어가면 금방 지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안갯속을 걷고 있다. 나를 가로막고 있는 안개가 이제 곧 나를 감싸고 있는 안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언제 지나올지 모르는 것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