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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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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Apr 09. 2023

사바사나, 왜 우는데

평범해서 특별한 것들-소보

회사에 다니며 저녁에 요가를 수련하러 갔을 때였다. 일이고 사랑이고 나다운 게 뭔데를 외치며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세상 속에서 매일 요가를 하는 반복되는 일상은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쌓이는 일들과 주말에는 놀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뿐이었다. 엉망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엉망일 땐 요가원에 가면 착착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늘 같은 시퀀스의 아쉬탕가는 어지럽혀진 책장의 책들을 차곡차곡 꽂아 넣듯 마음을 정돈시켜 주었다. 그냥 그렇게 늘 같은 동작이 있는 곳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조기퇴근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내가 사는 세상은 무엇하나 정돈되지 않았지만 요가원에서의 세상, 매트 위에서의 세상은 고요히 정돈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어느 때와 같이 수많은 고민들을 덕지덕지 묻힌 채 요가원에서 수련을 했다. 그리고 사바사나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잔잔하게 노래를 틀어주셨다.


노래의 음은 편안하고 부드러웠고, 가수의 목소리도 덤덤하게 노래했다. 가사는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하나씩 알려주듯이 이어진다. 정말 평범한데 피식 웃기도 하고, 낭만적인 순간들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리고 노래가 다 끝나기도 전에 누워서 소리 없이 울었다. 눈꼬리를 지나 머리카락까지 젖어드는 눈물이 느껴졌다.


다음날, 노래 가사에 있는 것들을 한 가지씩 내 삶에 가져와보았다. 자잘하게도, 크게도 적용했다.


빠듯한 월급으로 붓는 적금

한 달쯤 거르고서 다 써보기

힘들고 지치고 우울한 날이면

태어난 그때처럼 울어보기


노래를 듣고 한 달 치 월급을 좋아하는 뮤지컬과 공연을 보는데 홀라당 다 썼다. 망설여서 공연을 보지 못하면 그 공연은 언제 또 할지 기약할 수 없다. 보고 싶은 공연을 고민 없이 실컷 보았던 그 기억이 아직도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힘들 때는, 아이처럼 앙앙 울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차오르는 눈물을 참는 게 습관이 되었었는데 신나게 울고 나니 오히려 시원했다.


마지막 가사엔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이렇게 노래 부르기’, 하며 마무리된다. 소보라는 가수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평범하지만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또한 본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이렇게 노래해,라고 말하는 것이 가슴에 박혔다.


그래, 나도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을

그리고 이미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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