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게 주셨던 것처럼
어버이날, 엄마께 선물로 드릴 동화책을 샀다. 엄마의 이름을 뽑아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붙였다. 이번 선물은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의미가 있다.
이 동화책을 보고 엄마 생각이 났다. 흰머리를 걱정하고 주름살을 싫어하는 엄마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흰머리와 주름살 따위로는 숨겨지지 않는 멋진 사람이 보인다.
늘 잠이 많은 엄마의 나른함 속에는 한번 결심하면 무섭게 달려 나가는 열정이 보인다. 불같은 열정 속엔 고양이와 물고기, 꽃처럼 작은 존재들을 사랑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도 나는 볼 수 있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꽃이 되어주고 집이 되어준다. 엄마는 존재만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이다.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보듬어준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나만 바라보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말이다.
하지만 엄마도 그런 모든 것들이 힘든 때가 있었을 것이고, 당신만의 삶을 떠올릴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몰랐던 것은 아닌데, 모른 체하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살피는데 더 바빴다고 핑계 섞인 말을 하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주셨던 동화책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보물 1호다. 그 동화책은 아직도 그때 엄마가 주셨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책이다. 여덟 살의 어린 딸에게 줄 동화책에 이름을 새겨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엄마.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리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엄마.
이제는 내가 엄마 이름을 새겨 엄마를 위한 동화책을 선물한다.
오늘도 사랑한다는 말을 꼭꼭 숨겨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