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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May 21. 2023

요가가 우리에게 주는 것

Don’t force yourself



요가 수업은 블록과 의자, 담요와 스트랩 등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도구를 이용하는 요가는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우고, 정렬을 맞추며 섬세하게 이어간다. ‘끄악’ 소리가 내면에서 튀어나와 입 밖으로 나올 뻔한 적도 많지만 기본부터 하나씩 몸에 입력시키는 시간은 너무나 재미있다.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습관들을 알아차리고 다시 맞추어 나갈 때 솔직히 창피했다. 내가 이렇게 엉망으로 겉모양만 만들고 있었구나. 하지만 나 자신도 몰랐던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다음에 이어갈 동작은 견고해지고 있었다.


선생님은 영어와 한국말을 오가며 가르쳐 주시는데 어떤 단어나 문장이 머릿속에 콕 박혀서 수업이 끝나고 샤워를 할 때에도 계속 생각나는 말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Don’t force yourself’


생각해 보면 나를 밀어붙여 숨 막히게 했던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나의 욕심에, 나의 시선에 언제나 나는 유연하지 못하고 어딘가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 스스로를 강하게 밀어붙였었다. 그렇게 해야만 되는 줄 알았다.


부족하다는 것은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이고, 부족한 것을 안다는 것은 끈기 있게 배울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 나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이고, 하고 싶은 것을 오래 하고 싶기에 그 말씀을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었다.


요가를 할 때 우리들이 실수하는 자세는 있어도 잘못되거나 틀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르치거나, 가르침을 받는 모양도 다양하고 그들의 요가를 하는 것이기에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리다라고 할 수 없다. 내 몸에 정렬을 맞추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어 이렇게 배우지 않았는데, 틀린 건가? 잘못 배운 건가? 어떤 이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다르네? 판단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뮤지컬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석하는 것과 요가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할 때에 그 배우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는가. 요가도 각자의 생김새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이 그들의 요가가 되는 것이다. 관객인 우리들은 판단하는 마음 없이 저 배우는 이 캐릭터를 이렇게 해석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는 거다. 그러면 뮤지컬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요가도 그렇지 않을까? 큰 틀 안에 우리들이 있고, 그 안에서의 해석은 다양한 것이니까.


요가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내 몸의 상태를 판단하지 않고 해석해 나가는 것. 틀어진 일상의 정렬을 맞추고 앞으로 뻗어나가는 것, 유지하는 것, 나의 두 다리로 중심을 잡을 줄 아는 것.


요가는 내게 살아가는 방법을 슬며시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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