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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May 23. 2023

이 시간이 나의 숨처럼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랐다

이 시간들을 사랑했기에

오후 수업까지 끝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바사나 시간. 편안히 누워 쉬기만 하면 되는데, 누워 있는 나의 몸이 또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내 방 안으로 이동했다. 고질병처럼 자꾸만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툭,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툭, 툭툭 올라왔다. 아, 정말 싫다. 다시 누워 있는 나의 몸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여기는 그곳이 아니야. 여기는 인도이고 나는 지금 여기 요가 수련을 하고 누워 있는 거야. 지금 나는 여기에 존재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시간이 오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은 오른손은 심장에, 왼손은 복부에 대고 눈을 감고,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껴보라고 하셨다.


좋은 에너지, 나 자신을 위로해 주고 나의 이야기를 나 스스로가 들어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여기 멀리 인도에서, 너는 잘하고 있어. 여기가 좋은 만큼 더 머무르고 싶은 너의 마음도 알아. 그리고 네가 살던 곳에서 도망치고 싶을 만큼 괴로웠기에 여기에서 어떤 풍경을 바라봐도 좋았던 거야. 그렇지? 나는 다 알고 있었어. 여기까지 온 것도 혼자였고, 계속 혼자였고, 앞으로도 나는 혼자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나 스스로를 위한 말은 나의 두 손바닥을 타고 따스한 체온으로 전해져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발목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들을 참아내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막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터져 나오려고 해서 두 눈도 질끈 감았다. 주먹을 꽉 쥐고 온 힘을 다해 막아내었지만 울먹거리는 숨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울려고 작정했던 사람처럼 그냥 그렇게 온몸으로 울어버렸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기뻐하는데 항상 내가 나를 바라보지 않았구나, 타인을 통해 받으려고 했고 받지 못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고.. 내가 나에게 해주면 되는 것을. 이렇게 간단한 것을.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조금 무섭게도 느껴졌는데, 이제는 거리가 익숙해져서 집 앞에 있는 카페를 드나들듯이 음료와 음식을 먹으러 다닌다. 여기는 연남동의 카페 같다, 여기는 합정 같은 분위기야, 여기는.. 내가 살던 곳, 가던 곳이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 숙소를 나가면 바로 보이는 소와 소똥마저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소가 없어서 허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나의 마음은 또 미래에 가 있었다. 현재를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구나 하고 또다시 느꼈다.


그냥 즐기자. 이 여정이 나에게 무언가를 주던, 주지 않던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돼.

천천히 숨을 쉬어본다. 이 시간이 나의 숨처럼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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