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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Jan 12. 2023

인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나, 정말 인도에 왔어

인도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인도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고난 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같이 간 친구는 서류 하나를 챙기지 못해 공항에서 출력하는데 오류가 생겨 시간을 잡아먹고 나는 캐리어에 너무 많은 짐을 챙겨 와 한도 초과로 박스에 옮겨 담아야 했다. 그러다 수속 마감 2분 전에 짐을 맡기고 심사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출국하려나 싶었는데 심사대의 줄이 너무나 긴 게 아닌가. 30분 안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 줄의 길이를 대충 봐서도 나는 비행기를 타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줄의 앞자리에 있어서 친구에게 부탁하고 뒤에 줄 서 계신 분들께도 양해를 구해 겨우 비행기를 탔다. 식은땀이 겨우 진정되었다.


인도까지의 비행은 7시간 정도가 걸렸다.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하니 요가의 나라답게 무드라를 한 손의 모양이 제일 먼저 보였고 밖에는 요가자세들이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 매캐한 연기 같은 공기가 나를 반겼다. 온도는 따뜻했지만 흙먼지도 같이 따라와 대낮의 안개를 보는 기분이었다.

대낮이지만 매연 때문에 뿌연 하늘 
처음 본 우리가 좋아? 

델리 공항 앞에서 리시케시까지 갈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쪽 귀가 접힌 귀여운 깜둥이 개가 우리들 곁을 맴돌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을 알아본 것인지 그냥 좋아서인지 한참을 머물렀다. 단체사진도 찍고 공항의 풍경을 구경하기를 또 한참, 이게 말로만 듣던 인디아 타임인가.. 생각하는 와중에 우리를 태울 네모난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과 짐을 싣고 리시케시로 가는 버스

한국에서 델리까지 비행기로 7시간, 버스로 7시간을 이동하는 일정이다. 덜컹거리는 버스와 기울어진 좌석에 허리가 아팠다. 에어컨은 머리 위에서 계속 윙윙거리고 빵빵거리는 차들과 눈앞에 펼쳐지는 그들의 레이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처음 도로의 풍경을 보았을 때는 무질서함에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도로 위에서 그들만의 질서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무질서의 질서라고 불렀다. 신기하게 접촉사고 한번 나지 않고 도로를 달렸다. 

한 달 동안 함께 공부할 사람들과 함께 탄 버스

기사의 운전은 마치 카트라이더 게임 속에 있는 듯했다. 분명 차선이 있는데 앞을 다투어 끼어드는 차량들, 존재감을 알리듯 울려대는 경적까지.. 속으로 몇번이나 비명을 지르다 잠이 들었다. 인도는 휴게소가 따로 없어서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도의 현지 음식인 카레, 과연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종류별로 골고루, 야무지게 먹었다. 


비슷한 로터리를 몇 번이나 지나고 매캐한 공기와 밤의 풍경을 지나 리시케시에 도착했다. 소와 개들, 인도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눈이 낯설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하니 나의 몰골은 꾀죄죄하기 그지없었다. 당장 샤워를 하고 잠들고 싶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풍경

숙소에서는 환영의 인사로 메리골드 꽃을 예쁘게 이어 목걸이를 만든 것을 목에 걸어주었다. 꽃목걸이라니, 피곤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서 수줍게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메리골드는 환영의 의미로도, 제식으로도 사용하고 인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꽃이라고 한다. 꽃을 하나씩 실에 엮어 목걸이를 만들고, 그것을 동양에서 온 처음 본 사람들에게 환영의 의미로 걸어주다니, 피곤한 와중에 감동도 받았다.

꽃목걸이는 처음이야

숙소 와이파이를 연결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짐을 풀고 누우니 밖에서는 개들이 짖어댔다. 나 과연 오늘 잘 잘 수 있을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 내가 인도에 왔다니, 인도라니! 아직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롤러코스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한국과 다른 풍경과 인도 사람들의 모습, 카트라이더 속에 있는 듯했던 기사의 질주, 도로 중간에 내려 먹었던 카레와 기다란 쌀, 담백한 난, 눈을 돌리면 어느 곳에나 있는 길거리의 소와 개. 내가 본 인도의 첫 장면들이었다.


한 달 동안 무사히 잘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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