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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Jan 24. 2023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합니다

온 하루를 요가로 보내는 시간

드디어 요가 지도자 교육 과정이 시작되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온 하루를 요가로 지낸다. 아침 6시 첫 수업은 만트라이다. (만트라:산스크리트어로는 मन्त्र(만뜨라)라고 쓴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신비한 힘이 담긴 단어로, 대표적인 것으로 "옴(ॐ)"이 있다. 불교 용어로는 진언이라고도 한다. 출처 나무위키). 한국에서는 만트라를 말할 일이 없다. 아쉬탕가 수업 때 어물어물 따라 해본 경험이 다다. 처음엔 파탄잘리 만트라부터 시작했다. 선생님이 먼저 선창 하면 학생들이 뒤이어 부르는 것이다. 뜻도 모르고 발음도 맞는지 몰라 화이트보드에 한국식 발음을 써서 따라 불렀다. 


선생님께서는 파탄잘리 만트라를 나에게 다 읽어 볼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패기 있게 "네!"하고 답했는데 내가 먼저 선창하고 다른 학생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르는 걸로 해보라고 하셔서 내적으로 조금 당황했다. 일단 옴으로 시작해 발음이 적힌 보드판과 출력물을 번갈아보며 만트라를 불렀다. 중간까지는 어찌어찌 읽어나갔는데 끝부분에 다 와서 막혀버렸다. 정적의 재생이 길어질수록 당황했지만 선생님은 "괜찮아요"라고 하시며 내가 만트라를 끝까지 부를 수 있게 도와주셨다. 


무슨 뜻일까, 왜 만트라를 부를까. 여러 가지 물음표가 생겨났지만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겨우 세수하고 덜 깬 정신으로 만트라를 부르는데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만트라를 처음 배운 날 저녁에는 손빨래한 것들을 널다가 나도 모르게 만트라의 한 부분인 '하리히 옴'을 흥얼거렸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웃겨서 옆방을 쓰는 친구에게 나 방금 빨래 널면서 만트라를 흥얼거렸다? 하고 이야기했다. 한국과 다른 환경과 일상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음을 나보다 내 몸이 더 먼저 느낀다. 


본격적인 요가 수업이 시작되고 하루하루를 만트라와 하타요가, 정렬과 해부학, 요가철학, 명상을 배우는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시간을 알차고 충만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하루 수업이 다 끝나는 저녁엔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그날의 일기를 쓰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리고 뉴스레터를 쓰고 한국에서 해야 할 업무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마무리했다. 그러면 또 잠을 잘 시간이 되었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서둘러 잠을 청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이 너무나 신기했다.


인도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있었다. 내가 인도에 간다고 했을 때, 나를 바라보던 눈들이 생각난다. 내게 용기가 대단하다며 정말 대단한 일을 하러 가는 것같이 대하던 눈동자들. 그냥 인도에 간다. 가서 요가 공부를 한다. 한 달을 지내다 온다. 이것뿐인데 한국을 떠나 요가를 배우러 인도에 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한 선택으로 나는 인도에 왔다.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나는 그들의 눈동자 속에 있던 것처럼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숱한 고민 끝에 여기 인도에 있는 것이다. 그들이 본 것과 다르게 나는 극심한 쫄보에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여러 가지의 경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만 겨우 발을 들인다. 요가를 하면서부터 달라지게 된 것 중 하나는 이것이다.


두려움 또는 감정 속에 숨겨진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 내가 하는 목소리에 나 자신이 힘을 실어주고 믿어주는 것. 나 자신을 위한 것인지 내가 제일 먼저 알아차려 주는 것이다. 내면이 하는 말을 내가 들어줄 때 나는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인도에 오게 된 이유도 겁을 먹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변화되는 것이 없을 걸 알기에 선택했던 일이었다. 요가를 하면서 나는 내면의 목소리와 감정에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두려움, 무서움, 겁을 먹거나 포기해 버리는 마음, 판단하는 마음, 여러 형태의 감정들을 마주했다. 또 다른 나를 내 앞에 두고 서로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감정을 마주했다. 


두려운 마음을 누가 토닥여주기만을 바라던 과거에서 그 마음을 보아주는 나 자신의 주체로 바뀌게 해 도와준 것은 요가였다. 요가는 언제나 나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었다. 인도에서 요가를 하고 내가 바라보는 것, 먹는 것, 행동하는 것, 느끼는 것 모두가 요가이다.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너무나 행복해서 하루하루가 가는 게 너무나 아쉽다. 매일 밤 나는 아쉬움과 시간의 빠름을 느끼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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