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미친놈처럼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광적인 사랑. 그의 사랑은 온전히 그녀에게만 흐른다. 그녀의 삶을 통째로 잡고 휘두르던 가면 속의 사람은 여리고 약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저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했던 사람.
나야 저놈이야? 선택하라고 울부짖으며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던 사람은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에 모든 위로가 되었다는 듯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준다.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그를 향한 입맞춤. 그것이 그녀와의 시작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입맞춤은 마지막 인사이자 그녀의 동정 섞인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마저도 그에게는 순간의 행복이었다. 그리고는 오래 이어질 슬픔이라 괴로웠을 것이다.
그 순간을 그는 얼마나 바라왔을까. 너무나 소중해 그녀를 곁에 두고도, 그렇게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가 원하는 길로 보내준다. 손목이 저릿할 정도로 가슴 아프다. 사랑의 모양이 저럴 수도 있구나. 얼마나 간절한지 한 팔로 바닥을 기며 그녀에게 향하는 사랑이었다. 그의 얼굴이 온전했다면 그녀와의 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아마도 나는 그럴 것이라고 바라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뮤지컬 속에 나오는 직선 모양의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지금은 느낄 수도 없는 고전 속 이야기에서만 존재하는 사랑. 내가 무너져 좌절한다고 해도, 내가 상대방에게 쌓아왔던 모든 마음을 나는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나의 심연까지 바치는 사랑. 단 하나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사람의 사랑이야기.
다른 사랑을 보며 내 사랑을 떠올려본다. 공허하지만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는 지금, 다시 사랑을 한다면 나는 또 나의 모든 걸 버려서라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 단 한 번의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