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멈추기
골목을 걸으면 마주치는 사람들, 나마스테 하며 자주 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카페를 지나가면 들리는 ‘나래’하고 부르는 반가운 소리. 어느새 이웃이 되어 반갑게 인사한다.
매일 지나가는 좁다란 골목, 익숙한 오토바이가 보인다. 메디테이션 선생님 만딥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오며 장난꾸러기 웃음을 지으신다. 먼저 손을 내밀며 어디 가냐고, 리시케시 생활은 즐겁냐고 물어보신다. 악수를 하는 손은 참 따뜻하다. 나는 너무나 즐겁다고 대답했다. 헬맷을 쓴 모습이 너무나 귀여우신 선생님, 우리는 서로 조심히 가라고 인사했다.
목탄 카페를 지나가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다. 동네 카페에서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난 듯 반가워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가이아 스무디의 니뿐이다. 오전에만 일을 하는 니뿐의 퇴근길이었던 것이다. 또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을 찍었다. 좁은 골목길, 낮은 키의 건물들 사이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롭다.
그리고 천천히,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간다. 한국에서라면 빨리 진행되는 일도 천천히, 식당에서 메뉴를 시켜도 천천히, 어쩌면 느리다고 생각될 만큼의 속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저 천천히 일뿐 약속은 지켜진다. 기다리면 된다. 덩달아 나도, 한 템포 쉬어진다.
페르마타. 악곡의 표정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곡에서 박자의 운동을 잠시 늦추거나 멈추도록 지시하는 표이다. 이 기호가 붙으면 실제로 적혀 있는 길이보다 길게 늘여서 연주하라는 지시로 사용되며, 이 때는 늘임표라고도 한다. 늘이는 길이는 제한이 없고 연주자의 해석이나 악곡 중 기호가 붙어 있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이곳에서의 페르마타는 지루하지 않다. 정지한 것처럼 잠시 멈춰있는 것이 더 살아있게 한다. 나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나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혹여나 변화가 있지 않더라도 나는 만족한다.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아늑한 멈춤이자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늘이는 시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