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스승님을 만나다
비 내리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대충 씻고 근처의 요가원으로 갔다. 자주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있어 눈도장을 찍어둔 요가 스마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 하타요가 수업이다. 계단을 올라 맨 위층으로 가니 선생님께서 명상을 하고 계신다. 힘이 느껴지는 첫인상에 약간은 긴장했지만 수업을 하시며 보여주는 웃음에 긴장이 풀렸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며 질문하신다. 처음엔 바로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갈수록 답하기 어려운 물음표로 건네졌다. 선생님께서는 여기는 요가학교가 아니라 인생학교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물음에 학생들은 각자의 답을 생각하고 느낌표를 얻는다.
그리고 요가스마일이라는 이름처럼 웃으면서 요가하라고 하셨다. 미소를 잃으면 카운트를 세지 않겠다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셨다. 한 동작은 그냥 호흡과 함께 이어가고, 같은 동작을 웃으며 노래하듯 유지했다. 웃으면서 하니 정말 이 상황이 웃기기도 했지만 덜 힘든 느낌이 들었다.
사바사나 시간, 선생님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뒤로 곧 가사가 들려오는데 크리슈나하고 시작되는 노래였다. 신의 이름을 부르며 부드러운 목소리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가사를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도 차오른 것이 조금씩 흘러내리듯 떨어졌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아라. 초콜릿케이크 같은 것인지, 그 너머인지. 좋은 것을 선택하면 좋은 것이 다가온다. 나쁜 것을 선택하면 나쁜 것이 온다. 그 말씀에 내가 선택한 것을 돌아보게 된다.
선생님의 노래가 좋았다고, 감동이어서 눈물이 났다고 말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이름을 물어보셨다. 나래예요. 하고 대답하니 뜻을 물어보신다. 한국에서 날개라는 뜻이라고 하자 freedom이라고 말하며 좋은 이름을 가졌다며 웃음을 보이신다. 내 이름의 의미를 물어본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좋은 수련생이라는 칭찬도 덧붙이셨다.
선생님의 진지한 얼굴 속에 맑은 눈빛과 웃음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스마일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요가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정말 인생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 같았다.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 구루에 대한 문장이 있었는데 요가스마일의 마나브선생님이 떠올랐다.
구루, 요가 강사는 수련생에게 몸동작을 가르쳐주지만, 구루는 자신의 몸동작, 마음 동작, 그리고 영혼 동작을 통해 수련생 스스로 깨우치게 만든다. 요가 강사는 수련생이 원하는 건강을 주기 위해서 애쓰지만, 구루는 수련생이 지향해야 할 전인적인 인격 도야를 자신의 삶을 통해 무심하게 보여준다. 요가를 수련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해서다. [p.285 배철현의 요가수트라 강독 1 삼매]
리시케시, 성자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곳에선 모두가 스승이다. 요가원에서 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 아이들에게서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