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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21. 2023

인도에서 맞이한 생일

아,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는 핸드폰 속에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떠있다. 시계를 보니 아침 수련 가기 전, 새벽 6시 반이었다. 한국보다 세 시간 반이 느린 시각이다.


가네샤의 생일이었던 어제, 만딥지께 내 생일은 다음날이라고 말했더니 생일을 축하하는 만트라를 불러 주시겠다고 했다. 오늘 만딥지는 메시지로 생일 축하 인사를 보내주었다. Happy birthday to you many many happy returns of the day라고.


그리고 명상시간에 만난 만딥지가 선물을 불쑥 내밀어주셨다. 나무함에 담긴 선물. 선생님께서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선물까지 받았다. 나는 후다닥 내려가 김을 가져왔다. 내가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웃기지만 맛있고 한국스러운 선물이었다.


명상을 하려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 다시 문이 열리더니 사뚜선생님께서 케이크를 들고 오셨다. 다들 나를 바라보며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언제나 소원의 첫 번째는 엄마로 시작해 아빠, 동생, 그리고 나의 순서다. 언제나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저 또한 행복하길.


눈을 뜨고 초를 불었는데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 사뚜 선생님이 재미있는 초를 꽂아두신 것이다. 후후 계속 불어 겨우 끄고 자른 케이크를 켈리 선생님이 나에게 먹여주셨다. 인도의 문화에서 기념일에 케이크를 먹여주는 풍습이 있다고 하셨다. 목탄 카페에서 주문한 케이크는 달고 맛있었다. 계란 없는 케이크에 초를 켜는 것은 처음이다.


수업이 끝나고 만딥지 선생님께 케이크를 잘라 드렸다. 옆에 앉아 한국에 있는 나의 가족과 할머니 사진을 보여주며 나의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왠지 가족사진을 보고 싶은 날이었다.


저녁은 다 같이 나가서 타브카페로 갔다. 이것저것 메뉴를 고르는데 태영선생님이 쏘겠다고 하신다. 정말 감사한 날이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늑한 행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정리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은아 선생님이 선물을 주려고 온 것이다. 나래선생님이 저번에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하며 내민 것은 저번에 같이 구경했던 주얼리샵에서 계속 만지작 거렸던 귀걸이였다. 너무 좋아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은아선생님은 보셨으려나 그때 나의 눈은 하트로 변해 있었다는 것을.


인도에서 보내는 생일은 어떨까, 낯설지 않을까, 궁금했다. 나는 여기서 두 팔 가득히 행복을 안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곁에서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머나먼 나라 인도, 리시케시에서 나의 인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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