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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23. 2023

인도 학생들의 하교시간

그 풍경마저도

인도에서 보는 풍경은 한 편의 인도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자주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학교가 있는데 점심시간 즈음이면 하교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우르르 나온다. 그 시간대가 내가 카페에 가는 시간이어서 그 풍경을 종종 마주치곤 한다.


아이들을 데리러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빠들로 좁은 골목길은 더 촘촘해진다. 한 오토바이에 온 가족이 다 타기도 한다. 운전하는 아빠와 그 뒤에 앉은 아이들과 엄마가 작은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 언덕길을 올라간다. 아이들은 익숙한 듯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간다.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다들 큰 가방을 메고 있다. 가방이 작은 몸에 비해 커 보이는 것은 참 귀엽다. 여자 아이들은 머리에 빨간 리본을 묶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엄마들의 머리묶기 스킬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내 앞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 힌디어로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뭐라고 묻자 아이는 쫑알쫑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가방을 대신 메고 아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집으로 걸어간다.


주변의 풍경이 온통 하교하는 아이들로 채워진다. 스쿨버스를 타는 아이들도 있고,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같이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인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나의 눈에는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슬로 모션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나는 언젠가 보았던 인도 영화 속으로 들어와 있다.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평범한 장면들 마저도 눈에 담아 가고 싶다. 매일 보는 모습들이 언제나 새롭다. 같은 장면은 없다. 이미 매일 보고 있지만 계속 보고 싶다. 큰일이다.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곳에서의 생활이 좋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지만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이따금씩 상상으로 정말 인도에 와서 살게 된다면 무엇을 할지, 한국에 있는 짐들은 어떻게 정리할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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