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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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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Jan 25. 2023

꿈에

얼마나 그리웠으면

인도, 리시케시에 가 있었다. 꿈에서.

나는 작년 11월, 한 달 동안 인도 리시케시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고 왔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꿈에서 다시 만났다.


꿈에 제일 먼저 명상 선생님이셨던 만딥지 선생님이 보였다. 잠에 들기 전에 만약 내가 인도에 다시 가서 사람들을 만난다면 어떤 인사말을 건네야 할까 생각해서 그런 걸까. 잠들기 전에 만딥지 선생님 인스타그램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내가 인도에 갔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건물에 도착했는데 불편한 문을 지나니 내가 한국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왔음을 느꼈다. 그 문을 넘어가는 것 하나로 인도에서의 생활이 불편했던 것을 확 느꼈다. 그 문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담장 넘어가듯 손으로 윗부분을 잡아 몸을 넘겨야 했다. 온 체중을 두 손으로 받쳐 올라간 그곳에는 만딥지 선생님, 그리고 함께 한 달을 보낸 도반들이 먼저 앉아 있었다.


얘들아 안녕, 언제 왔어. 나만 이렇게 대책 없이 온 줄 알았는데 미리 와있었네. 인사했다. 나는 그중에 제일 대책 없이 온사람이었다. 내일 오전과 오후 수업이 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대체 인원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온 것이다. 정말 무작정 와서 유심칩이며 현금이며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 정말 몸만 달랑 왔던 것이다. 그게 꿈인 줄도 모르고 연락이 안 되면 걱정할 가족이 생각났고 말도 없이 무단으로 결근해서 잘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도반들은 나보다 더 오래 있는 일정으로 왔다고 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 걷기로 했다. 또 왠지 모르겠는데 미니 툭툭 같은 것을 두 명씩 타서 거리를 달렸다. 깔깔 웃으면서 툭툭에서 내려 길가 옆에 흐르는 갠지스강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뭔가 한국 같은 느낌이 난다. 우리가 여기서 다시 보게 되었네 하는 조그마한 이야기를 했다. 꿈속에서 조금만 생각했다면 그게 꿈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담장 같은 높은 문을 넘어갈 때도, 사람들이 나보다 더 먼저 와있을 때에도, 갑자기 변한 풍경에도 꿈인 줄을 몰랐다. 꿈이 아니길 바랐나, 그저 그곳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게 꿈이면 어쩌지.. 슬픈 눈을 하면서 하루만이라도 이곳에 존재하고 싶으니 꿈이 아니길 바란 것이다. 가이아 스무디집 아저씨, 캐시미어 머플러 가게의 정치에 관심 많던 청년, 호텔매니저, 목탄 카페의 인상 좋은 사장, 매일 물을 샀던 가게의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내일은 나를 인도에서 요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이 인도로 출국하는 날이다. 생각이 나서 안부 문자를 보내고 수련에 갈 준비를 했다.


다녀오고 나서부터의 시간은 빠르게도 흘렀다. 점점 인도에서의 생활을 잊고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 시간들이 희미해지긴 커녕 더 짙어진다. 인도에 한 달 동안이나 다녀왔으니 이제 힘을 내서 다시 열심히 살아, 하고 누군가 떠미는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가 그렇게 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전보다 더 뒤떨어지면 어때, 아니면 그냥 그대로이면 어때,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가장 못난 사람이었다.


인도가 그립다고 계속 얘기를 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너 아직도 정신은 인도에 있는 것 같아.라고 얘기하거나 응, 그러니 하고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그래, 그들은 알 수 없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그래서 이러는 걸까. 그래서 한 사람을 6년이나 만났었나. 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여기에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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