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일기, 3월 15일
나는 평소에 과자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확한 주기에 맞춰서 간식이 미친 듯이 당길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어제였다. 구석 장에 있는 프링글스를 꺼내서 한 번에 반 통을 다 먹고 남편한테 뚱카롱 (뚱뚱한 마카롱)이 먹고 싶다며 징징댔다. 어제 화이트데이이기도 해서 수지에서 유명한 뚱카롱 집을 갔더니 목금토만 여는 엄청난 집이라며 실패하고 돌아왔던 터였다. 오늘은 서울 나간 김에 맛있는 마카롱을 사 오기로 했다. 통통한 마카롱을 입에 넣자마자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필링이 쫙 퍼지는데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간식을 안 먹겠다고 선언한 지 3일째, 하지만 나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마카롱을 입에 넣고 말았다. 참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물론 누군가는 핑계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건 매우 흔한 PMS 증후군 증상 중 하나다. 한 달에 한 번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식이조절도 내 마음대로 못하다니. 이 때면 작은 것에도 예민해지고 쉽게 분노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프로 직장인답게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집에서는 할말하않.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결국에는 복세편살 하자며 마카롱을 먹었지만 어제 요가원에서 한 바가지 흘린 땀이 아까웠다.
여하튼 하고 싶은 얘기는 한 바닥이지만 나의 분노는 이쯤 잠재우기로 한다. 마카롱은 정말 맛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