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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Mar 27. 2018

혼밥이 아니야

서른아홉 번째 일기, 3월 12일

남편은 약속이 있고 나는 저녁 스페인어 수업을 마치고 들어온 날. 늦은 저녁인 데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회사에서 간식을 하나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난리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우수수 꺼냈다. 어제 만들어 둔 어묵탕, 장보기로 주문한 냉동감자전, 현대백화점 이탈리에서 맛보고 내가 그대로 만들어보겠다며 개발해 낸 리코타 치즈 유자 샐러드.

샐러드는 정말 간편한 음식이다. 신선한 채소, 적당한 소스만 있으면 요리를 못 하는 사람도 그럴싸한 맛을 낼 수 있다. 리코타 치즈에 상큼 달콤한 유자청, 이탈리아에서 사 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계량도 없이 내 맘대로 넣고 나면 딱 내 취향의 샐러드가 완성된다. 물론 드레싱 덕에 다이어트에 아주 도움된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뚝딱뚝딱 요리라고 말하기도 뭣한 행위 (?)를 마치고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혼밥 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고양이 도미가 내 옆자리에 야옹하고 올라와서 엎드린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 우리가 밥 먹을 때마다 식탁 의자 위로 올라온다. 가끔 생선요리 있을 때는 음식 위에 앞발을 대기도 하는데 오늘은 관심 가는 음식이 없는지 바로 엎드려서 자세를 취했다. 

오늘 혼밥 한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있어준 도미 덕에 외롭지 않았다. 빈 집을 꼭 사람만이 채우는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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