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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Sep 04. 2018

한국인의 카카오톡, 외국인의 페이스북

베트남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살펴보기

외국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건 정보다. 한국에서 살 때는 내가 사는 지역 정보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첫 외국생활이다 보니 각종 정보에 목마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가 모이는 커뮤니티를 찾게 되었고,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곳과 외국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확연하게 달라서 이렇게 글을 써 본다. 


한국인의 네이버와 카카오톡


네이버 카페에 '베트남' 검색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에 물어본다. 키워드를 검색하면 블로그도 나오고, 카페 글도 나오는데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있는 곳은 역시 네이버 카페다. 나도 저 중에서 '베트남 그리기'와 '베트남 맘 모여라 (베맘모)'에 가입해서 열심히 눈팅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좀 넘게 지켜보니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은 베트남에 오기 전 궁금한 걸 물어보는 글들이 가장 많고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은 생각 외로 많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가 왜인가 했더니 목적에 따라 개설된 수많은 '카카오톡 단체방' 때문이었다. 


우연 혹은 나의 요청으로 먼저 정착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엄청난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목적은 방마다 다양했다. 아파트 입주민 모임도 있고, 지역 주민 모임, 반찬/과일/고기 배달받는 방, 강아지/고양이 키우는 사람들 모임 등등. 나는 일부만 들어갔지만 각자 목적에 따라 교육 정보를 나누거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단체방의 개수는 무궁무진했다. 단체방은 오픈채팅이기도 했고 카카오톡 개인 프로필로 모인 단톡방이기도 했으며, 어떤 방은 모여있는 사람이 천 명이 넘어가기도 했다. 


불과 3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카카오톡으로 일하는 회사에 다녔고, 퇴사함과 동시에 핸드폰이 잠잠해지는 줄 알았더니만 호치민에 오면서 다시 언리드 카운트 세 자릿수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호치민' 검색 결과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채팅방을 나가기에는 리스크가 있으니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중요한 방 몇 개만 놔두고 나머지는 한국 핸드폰 번호로 인증한 카카오톡 프로필로 들어가는 것이다. 집에서는 항상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으니 필요할 때 검색하는 용도로 두는 것이다. 


외국인의 페이스북


페이스북에서 'hcmc' 검색한 결과

호치민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도시다. 회사를 다닐 수도, 국제학교 선생님일 수도 있고, 사업하러 온 외국인들도 정말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나 봤더니 페이스북을 많이 쓰고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네이버 카페와 비슷한 목적에 따라 구분된 '그룹'이 있고 PC든 모바일이든 글을 확인하고 업로드하기가 간편하다. 


네이버 카페는 '베트남 사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밑에 목적에 맞는 게시판이 줄줄이 있는데 페이스북은 애초에 내 목적에 맞는 그룹을 찾아들어가면 되는 구조다. 다행히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 expat 그룹이 있으니 간단한 질문들은 거기 올려도 된다. 


왜 베트남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커뮤니티로 쓸까?


여기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기 힘든 것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커뮤니티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정보를 축적하고 나중에 검색하고, 사람들이 들고나가는 것도 메신저보다는 네이버 카페 같은 커뮤니티가 훨씬 편한데 왜 카카오톡일까? 


* 아래 나의 가설은 이제 한 두 달 거주한 새내기 거주민의 시선이니 100%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냥 나만의 생각이라는 점. 


첫 번째 가설은 '그냥 편해서'다. 스마트폰을 쓰는 한국 사람이라면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을 것이고, 그러니 자연스레 진입장벽이 낮은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정보가 모이게 되었을 것이다. 회원가입도, 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상대방을 친구로 추가해서 방에 모이면 되니까!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카카오톡과 함께 하고 있으니 바로 대답할 수 있고, 목적에 맞게 단체방을 재구성하는 것도 쉽다. 


두 번째 가설은 '이주의 역사가 길지 않아서'다. 베트남에 사람들이 모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유럽 몇 개 나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 가서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에 따라 이민자들의 커뮤니티도 같이 조금씩 변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베트남은 한국 사람들이 와서 살기 시작한 역사가 길지 않고 베트남에 올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으니 그것이 자연스레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게 아닐까 싶다. 


카카오톡이 커뮤니티로 부적절한 이유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간편한 건 사실이지만, 시작만 편할 뿐 관리 포인트는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나는 대부분의 단체방을 지켜보기만 하는데 이 불편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업병인가...) 


1) 카카오톡은 누가 초대해 줘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게 메신저와 커뮤니티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정보 공유를 지향하는 커뮤니티와 대화를 위한 메신저 서비스는 애초에 시작점부터 다르다. 커뮤니티는 카페든 그룹이든 내가 검색하면 찾을 수 있고 가입 신청이라도 할 수 있는데 카카오톡 단체방은 (공개형 오픈채팅 제외) 누가 초대해 주지 않으면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우연히 그 방이 존재하는 걸 알아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2) 이전에 오간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것도 메신저와 커뮤니티 서비스의 차이인데, 채팅방은 내가 들어가면 그 이후부터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했던 질문을 계속 또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팅방에 사람이 몇 백 명 대일 때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천 단위가 넘어가면 단체방에 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3) 더 이상 템플릿을 확장할 수 없다.

메신저에서 주고받는 콘텐츠는 대부분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이 정도일 텐데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정보를 모두 채팅방에서 소화하기란 무리다. 


페이스북/ 내 글 목적에 맞게 템플릿 선택하기

예를 들어 채팅방에서 중고 물건을 판다고 하면 사진과 텍스트를 띄엄띄엄 개별 메시지로 보내거나, 좀 더 깔끔하게 보낸다면 사진 위에 정보를 표시하는 정도다. 편한 건 잠시지만, 쏟아지는 메시지 속에서 나의 물건을 돋보이게 하기도 어렵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도 없다. 


이 와중에 메시지는 (이건 참여한 사람이 많은 방일 수록 도드라지는데) 내가 전송한 시점에 모든 사람에게 도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발송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계속 받는 기분이고... 짧은 시간에 피로도가 급상승한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이 커뮤니티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더 많지만... 메신저는 메신저답게 쓰는 게 제일 좋다. 내가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도 카카오톡은 업무의 보조수단이지 메인은 협업 툴(아지트, https://agit.io/) 이 따로 있었다. 


완벽한 슈퍼 커뮤니티가 탄생한다면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이 이상적인 커뮤니티는 아니다. 이것도 출발이 SNS여서 그런지 정보를 찾는 데에는 영 답답한 느낌이다. 카카오톡처럼 알림이 없다 뿐이지 매일 같은 글, 광고글이 그룹을 도배하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커뮤니티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위치 정보는 지도에, 필터 기능 추가

여기서 생활하다 보면 지역 정보를 묻는 경우가 많다. 맛집, 카페부터 시작해서 세탁소, 특정 물건 파는 곳 등등. 지금 채팅방이나 페이스북 댓글로 흘러가는 수많은 정보들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일종의 위키 같은 공동 편집 지도 같은 게 있고 정보를 추가하거나 메모를 남길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또 카테고리 구분을 해서 음식점, 생활 편의 시설 등을 분리해서 볼 수 있고 현 위치 중심으로 지도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2) 카테고리 구분, 검색 기능 추가

목적에 따라 채팅방이 나눠지고 그룹이 구분되는 것처럼 각자 원하는 정보만 보고 따로 싶어 하는 니즈는 어딜 가나 공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카테고리를 나눠서 그 안에서 정보를 잘 확인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검색 기능은 필수! 목적에 맞게 템플릿이 지정돼 있으면 더 좋고.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빠르게 적응하려면 기존의 정보를 잘 흡수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3) 높은 접근성

기존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 커뮤니티 역할을 하게 된 데에는 접근성이 높은 게 한 몫했다. 누구나 핸드폰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은 있으니까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아, 이 3번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와도 옮겨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커뮤니티가 좀 불편하긴 해도 앱을 새로 검색해서 설치하는 게 더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강제 이주하지 않는 이상 슈퍼 판타스틱한 무언가가 나와도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나도 그냥 카카오톡 메시지 홍수를 참아보기로 했다. 용두사미로 이번 글은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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