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놀러 오세요!
아마 해외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곳에서 여행 온 가족, 친구, 지인들을 맞는 일. 게다가 호치민은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나도 여기서 꽤 자주 방문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에서 만나던 사람들을 외국에서 만나는 경험이 신기하면서도 반갑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이 도시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자리한다.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내 나름대로 호치민 여행자들을 맞는 마음가짐(+ 소소한 팁)을 정리해봤다.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이 온다면 일단 아래 기사 일독을 권한다. 이 기사는 부모님과 해외로 자유여행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지만, 내가 사는 도시에 오는 부모님이 오는 것도 꽤 비슷하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패키지여행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내가 사는 도시를 같이 여행'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내게는 다른 날들이 무수히 많아도 여기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는 한정된 시간만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숙소 정하기
항공권을 사면 그다음은 숙소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호치민에 있는 풀옵션 집들은 방마다 침대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까운 가족들이 오면 방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집은 노옵션 집에, 침대는 우리 부부가 쓰는 것 딱 하나만 있어서 가족을 집으로 부르기는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처럼 두꺼운 요랑 이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찾은 건 에어비앤비!
부동산 붐이 일고 있는 호치민에서는 집주인들이 집을 산 다음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임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의 경우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 가족들이 온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숙소를 정해서 편하게 머물 수 있다. 픽업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것 있으면 집에서 갖다 주면 되고, 잠은 편하게 각자 침대에서!
에어비앤비 검색 소소한 팁: 검색어에 아파트 단지 이름을 넣어서 검색한 다음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그 단지 내에 어떤 빌딩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사진만 보면 애매한 경우가 많음.
꼭 에어비앤비가 아니더라도 호치민에서는 호텔에 저렴하게 묵을 수 있으니 호텔도 좋은 선택! 하지만 난 호치민에서 묵어본 호텔이 딱 1개라 추천하기는 어렵다는 게 함정.
공항 픽업
여행의 시작은 공항부터! 호치민 떤션넛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하면 사이즈가 엄청 작고 시내에서 멀지 않으니 마중 나가는 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복병은 입국심사. 호치민 공항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입국심사대는 늘질 않고 그 심사대에서 일하는 사람이 꽉 차있지도 않다. (줄도 엉망진창...) 나는 비행기 착륙 시간 기준으로 1시간도 더 기다려봤다.
호치민 떤션넛 공항 입국장은 공항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만 가능하고 공항 밖에서는 1층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그렇다면 어디서 기다려야 하느냐, 에어컨 잘 나오고 쾌적한 장소는 공항 2층 Trung Nguyen Coffee 가 있는 곳! 공항 도착하자마자 2층 가서 유리창을 보며 기다리면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으면 커피도 한 잔 하고. 공항이 워낙 작으니 유리창을 통해 내가 만날 사람이 나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
만약 공항에 마중 나가지 못한다면 그랩(Grab) 이용법이나 사기 택시 타지 않는 법을 꼭 알려주는 게 좋다. 호치민 공항 택시는 나가서 제일 왼쪽 끝 비나선/마일린! 중간에 더 싸게 가주겠다고 호객 행위하는 사람들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
베트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맛있는 음식
호치민에 여행 오는 사람들은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기대하고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트남에 와 본 적 없는 사람(특히 부모님)이라면 한국과는 다른 위생상태(!)에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점진적으로 베트남 음식을 맛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전문점보다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메뉴판에 사진도 있는 곳을 가는 게 좋다. 거기서 여러 요리를 맛 본 다음 로컬 쌀국수 전문점, 분짜 전문점으로 넘어가면 컬처 쇼크를 막을 수 있고 훌륭한 가성비에 감탄하게 된다. 또 포털에 뜨는 호치민 인기 맛집은 내가 여러 번 가봤어도 같이 가 주는 센스!
그리고 거주자가 있는 도시에 여행 온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관광객이 드문, 검색에도 잘 나오지 않는 로컬 맛집/카페 들일 것이다. 이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생활에서 쌓은 경험치가 다르니 뭐라 얘기할 수 없어서 패스. 나는 유명한 카페 아파트먼트 대신 멀지 않은 곳에 비슷한 컨셉의 건물이 있어서 그곳을 종종 가곤 했다. (카페 아파트먼트는 워낙 유명해서 사람이 매우 많음...)
여행 왔으니 인증샷은 필수
아무리 날 만나러 온 가족, 친구들이라고 해도 여행 온 기분을 내려면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 두어 장 정도는 찍어줘야 한다.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호치민 시내에서 유명한 랜드마크는 인민위원회 청사, 노트르담 성당, 우체국, 통일궁 정도. 사실 다 가까이 붙어있어서 선선할 때 천천히 걸으면 다 볼 수 있는 정도다. 프랑스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라 동남아시아 도시에서 보기에도 이국적이고, 날씨 좋은 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제대로 된 호치민 인증샷 완성!
참, 시내와는 아주 조금 떨어져 있지만(그래 봐야 차로 10-15분 거리...) 요즘 SNS를 핫하게 달군 핑크성당(떤딘성당)도 인증샷 찍으러 갈 만하다.
생활의 면모가 느껴지는 여행
여행과 생활의 중간쯤, 그게 아마 아는 사람이 사는 도시에 놀러 오는 여행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서 같이 TV를 보면서 치킨을 시켜먹거나,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하는 것, 고양이랑 노는 것, 내가 자주 가는 마트에서 같이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해도 좋고. 아주 소소한 일상이지만 번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집에서의 휴식이 있으니 훨씬 편안한 느낌이었다.
앞서 내가 언급한 기사의 7번 항목과 결이 비슷한 이야기인데 베트남어를 읽고 말할 줄 안다는 것 또한 평범한 여행과는 다른 포인트였다. 유창하지는 않아도 아주 간단한 베트남어 몇 마디만 해도 "여기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사실 여행책에도 다 있는 말들이기는 하지만 짧게 여행 오면서 베트남어 외워서 쓸 일은 거의 없을 테니.
오히려 서울 사는 사람들이 남산 안 올라가 본다는 말처럼 나도 최근에야 통일궁 안에 들어가 봤다. 이렇게 호치민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기회에 나도 이 도시를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익숙한 거리가 또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이 도시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다음 호치민 여행은 또 언제가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