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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Feb 02.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베트남 분위기는?

이 곳에서도 마스크는 동났다

요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난리다. 연중 가장 큰 명절이 얼마 전 끝난 점,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점 때문에 베트남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0년 2월 2일 기준 / 질병관리본부

현재 베트남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6명이다. 초반에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2명은 우한에서 하노이로 입국, 냐짱을 거쳐 호치민에 왔고, 호치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내의 병원에 격리되었다. 나머지 4명은 모두 베트남인인데 그 중 1명은 1,2번 확진자가 묵었던 냐짱 호텔의 직원으로 밝혀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중국이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춘제 기간이라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 것처럼, 베트남도 연중 가장 큰 명절인 뗏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1월 20일 전후로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난 상황이었고 나도 모처럼 연휴를 맞아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던 중에 이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내 마음속 한편에 '베트남은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른 동남아 국가 대비 베트남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웃 나라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비하면 관광객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할 무렵 이미 베트남에 확진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구급차만 오면 주변 사람들은 전부 카메라를 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 사진이 퍼지면서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다. 많은 한국 교민들이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구급차와 하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사진이 찍혔고 그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 증상으로 실려갔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호치민에서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 2020년 2월 2일 호치민에서 확진자 1명 추가

미국에서 우한 공항을 거쳐 호치민 공항으로 입국한 미국인, 16일에 입국했으며 26일 증상이 나타나 31일 확진


마스크 부족 현상은 베트남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국에서 마스크 사재기, 품절, 가격 인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들었다. 그건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이번 연휴에 호치민의 큰 쇼핑몰들은 1월 27일 전후로 영업을 다시 재개했는데 그때 마트 안에 남아있던 마스크 물량은 거의 팔렸다. 나도 이번 주 내내 마트나 약국에 갈 때마다 마스크가 있나 살펴봤지만 단 한 장의 마스크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동났다.


마스크 무료 배포 중 (빨간 글씨는 주소)

다행히 나는 예전에 오토바이 탈 때 쓰려고 사 둔 일회용 마스크가 잔뜩 있어서 열심히 발품을 팔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느라 아직까지 애를 쓰고 있다. 그 사이 마스크를 사재기한 사람이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되파는 일도 있고, 이 상황에 마스크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뭐라 하고, 또 누군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마스크 파는 곳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어제 동네 프랜차이즈 약국에 마스크 물량이 들어왔다고 해서 가 봤는데 약국 멤버십(!)이 있어야만 살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멤버십 신규 발급은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난 어떻게 마스크 살 수 있냐고 했더니 '친구한테 멤버십 있냐고 물어봐'라며... 거참. 황당했지만 물량 조절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싶은 생각. 다행히 베트남에서도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염병의 공포 앞에 마음 한편이 따스해졌다.


공공장소에서는 대부분 마스크 착용
크레센트 몰 공식 페이지에 올라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수칙

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레 외출이 줄다 보니 많은 곳을 다니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가 본 장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큰 쇼핑몰이나 백화점, 음식점, 카페에서는 직원들이 거의 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고 그곳을 찾은 사람들도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왼쪽) 보건부에서 Zalo로 보낸 메세지 (오른쪽) Grab 공지사항


내부에 마스크 또는 손세정제를 비치하거나 SNS나 앱 알림을 통해 대응 수칙을 홍보하는 곳도 많았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베트남의 보건부에서 Zalo (*베트남의 대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를 통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만큼 많은 곳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전해 듣기로 이번 사태로 외국 출장이 잦은 회사에서는 당분간 중국 출장이나 중국 업체와 미팅은 자제하라는 공지가 있었고 여러 국적의 아이들이 있는 국제학교에서는 연휴 기간 중 중국을 다녀온 학생인 경우 등교 금지, 당분간은 학교에서 매일 체온을 잰다고 했다. 어떤 학교는 개학을 일주일 미루기도 했다고.


바이러스 발생지역 거주자 관광비자 발급 중단, 중화권 항공편 중단

각국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침을 내놓고 있는 것처럼 베트남에서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먼저 1월 23일부터 베트남에서는 우한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그 후 차츰 항공편 중단 범위가 넓어지더니 2월 1일부터는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


그리고 비자 발급에도 제한이 생겼다. 1월 30일부터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서 온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비자 발급이 중단됐다. 애초에 베트남에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국가는 몇 개 되지 않고 대부분 비자가 있어야만 입국할 수 있는데 당분간 중국인이 베트남에 관광을 목적으로 오기는 힘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대응을 하는 데에는 아마 베트남의 의료 인프라, 검역 프로세스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도 높고, 한 번 전염병이 퍼지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강경한 방안을 내놓은 것 아닐까. 내가 씨엠립에서 호치민 공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문진표를 작성하거나 별도의 검역 프로세스가 있지는 않았다. 또 여기에서 병원을 갈 때 환자들의 출입국 내역을 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거나 출입국 내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적 검사를 하는 건 아직 힘들테니...


당분간 병원을 포함해서 사람 많은 곳은 안 가는 게 상책이다.


+ 2월 2일부터 베트남 입국 심사 시 2주 이내 중국 방문력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 금지

++ 2월 2일부터 베트남-홍콩, 대만, 마카오 일부 노선 운행 재개


베트남 여행은 다닐 수 있을까


한동안 여행 커뮤니티에 'OOO 가도 될까요'하는 글이 잔뜩 올라왔는데 베트남도 그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지금 베트남 여행 성수기이기도 하고 한국과 가까워서 여행 오는 사람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호치민 시내 분위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고, 마트에서 마스크 구하기는 힘들다. 또 베트남 사람들도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려워한다.


중국인이 많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얼마 전까지는 연휴 기간이라 공항이나 관광지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항공편과 비자 발급이 중단됐으니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간혹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외에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본인이 불안하면 여행은 취소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관 공지사항: http://overseas.mofa.go.kr/vn-ko/brd/m_2203/list.do

+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공지사항: http://overseas.mofa.go.kr/vn-hochiminh-ko/brd/m_4041/list.do


해외 교민의 입장에서 지켜 본 우한 전세기


얼마 전 우여곡절 끝에 우한으로 떠난 전세기가 교민들을 태워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전세기 뜬다는 얘기가 있었을 때는 다들 응원하는 분위기였는데 교민들을 격리하는 시설이 아산, 진천으로 결정되자 그 곳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만약 나의 일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갑자기 (그것도 연휴 기간에) 도시는 봉쇄됐고, 전염병 위험으로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상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해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해외에 살아도 그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래서 해외 거주하는 사람들을 '재외국민'이라고 한다) 나라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나라마다 대사관, 영사관이 있는 것이고 재외국민 등록을 하면 해외에서 투표도 가능하다. 가끔 보면 해외 사는 사람들을 한국에 적응 못해 떠난 루저(!)라거나 아플 때만 한국 와서 병원가고 건강보험 축내는 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할말하않)


나는 이번 전세기를 보면서 해외에서도 이렇게 보호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누구에게나 이런 일은 찾아올 수 있을텐데...



공식 뗏 연휴는 1월 23일부터 29일이었지만 민간에서는 대체로 이번 주 내내 연휴 기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내일부터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도 개학하는데 이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시기가 됐다.


별 탈 없이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베트남에서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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