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 1kg에 300원?
베트남 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모습에 대한 브런치 글을 쓰고 이제 2주 가까이 지났는데 그 사이 이곳에서의 일상도 많이 변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동나고, 다들 외출을 꺼리는 건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이곳에서만 생긴 일도 있다.
베트남의 학교는 2주째 휴교 중 (호치민 2주 더 연장)
지금 호치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연휴가 지난 다음 정상적으로 개학했어야 할 학교들이 전부 휴교 상태라는 것이다. 원래는 1주일만 휴교를 하려고 했는데 1주일 더 연장되어 아이들은 2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초, 중, 고뿐만 아니라 대학교도 마찬가지로 개강을 연기했고, 만약 개학을 더 연기하게 될 경우 학사 일정은 변경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요일인 오늘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아직(!) 없는 걸 보면 다음 주에 정상적으로 개학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전해 듣기로 학교에 나가지 않을 뿐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홈스쿨링...) 또 부모들은 예정된 대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휴교에 아이를 봐줄 보모를 찾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 조금 전 호치민 휴교령은 2월 29일까지라고 기사가 났다. 이렇게 휴교만 한 달째, 뗏 연휴까지 하면 거의 한 달 반이다.
용과와 수박 가격이 폭락했다
내가 최근에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용과와 수박 가격이 말도 안 되게 폭락했다는 점이다. 원래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해야 할 물량이 코로나19로 오도 가도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동네 곳곳에 수박을 그냥 쌓아놓고 저렴한 가격에 파는 사람들이 생겼고 페이스북을 통해 '농민들을 돕자'며 수박 파는 곳을 공유했다. 어떤 카페는 수박을 전부 주스로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심지어 이제는 마트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용과와 수박을 살 수 있다.
지난번 내가 바찌 수박밭에 갔을 때 농장에서 바로 수박을 1톤(...) 사면 1kg당 3 천동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이미 마트 소매가가 1kg에 5 천동, 가끔 길에서 3 천동 짜리도 발견할 수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육로 수출길이 막혔으니 항로로 수출하는 방향을 찾아본다고 하는데 단기간 내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더 슬픈 건 이렇게 해도 팔리지 않는 과일은 옮기는 인건비가 더 드니까 그냥 버린다고 한다.
가짜 뉴스 올린 연예인은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코로나19로 인해 가짜 뉴스가 엄청 돌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메신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계속 들어오는데 사람들의 불안감만 높일 뿐이다. 얼마 전에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연예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자신의 SNS에 올려서 벌금을 내게 생겼다. (* 벌금은 천만 동에서 천오백만 동)
호치민 Cho Ray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국인 둘이 사망했다는 둥, 호치민 1군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둥... 일반인도 아니고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그런 말을 올리니 사람들은 더 동요했고 정부에서는 즉시 그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 그 후 연예인들은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미 퍼져나간 가짜 뉴스가 제대로 정정되었을까.
그 사이 베트남에서도 전세기를 띄워 우한에 있는 자국민 30명을 데려왔고, 완치된 사람들은 퇴원할 때 꽃다발을 받으며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2월 말에 한국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내 몸이 아플까 걱정하는 마음은 크지 않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베트남을 포함해 6개국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고, 해당 국가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접수할 때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병원을 들르는 나로서는 14일 이상 머무를 여유가 없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온 나를 만나는 걸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 해서 미련없이 취소했다. (*베트남항공 환불은 또 다른 얘기다....)
얼른 이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