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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Feb 23. 2021

3개국 떠돌이 생활 두 달째

그럼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두 번째 자가격리를 영국에서 마치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다. 물론 자유라고 해도 락다운 상태라 갈 곳이 마트밖에 없지만... 생각해보니 베트남 집에서 짐 싸서 나온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옷 차림이 많이 달라졌지만 집 안에서의 생활 양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영국 오기 전 만났던 타로 선생님이 우리 부부는 어디에 살든 늘 살던 대로 살게 될 거라며, 해외생활할 때는 그게 장점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집밥이 최고


외식이 자유로웠던 호치민 임시집 생활 일주일을 제외하고 지금 우리는 최대한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영국에서는 남편 직장 동료들이 워낙 잘 챙겨줘서 냉장고가 비는 날이 거의 없다. 


한식과 양식을 넘나드는 집밥 퍼레이드


우리 집 주방에는 후라이팬, 스테인레스팬, 주물팬, 냄비도 종류별로, 조리 도구도 종류별로 있었지만 임시 집 생활은 그렇지 않다. 적당한 후라이팬과 냄비가 끝... 한국 임시집에서는 화구가 너무 작아서 힘들었다면 영국 왔더니 후라이팬 코팅이 다 벗겨져 있길래 바로 아마존에서 제대로 된 후라이팬을 샀다. 아, 그리고 밥그릇 국그릇으로 쓸 만한 bowl도 없어서 아마존에서 덴비 시리얼볼 4개짜리 샀는데 그 후로 속이 다 시원... 젓가락도 없었지만 이건 동생 부부가 한국에서 선물로 줘서 매우 요긴하게 잘 쓰는 중. 


사랑해요 한국마트

자가격리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은 30분 거리의 한국마트였다. 베트남에서는 작은 동네 슈퍼 사이즈 마트가 아파트마다 있었다면 여기는 웬만한 대형마트 뺨치는 사이즈. 같은 동네 사는 남편 동료 부부가 우리 격리 끝나는 날 맞춰서 한인타운 가자고 해주셔서 정말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동행했다. 그 덕에 마트에서 신나게 장보고, 달달한 핫초코 사 마시고, 간만에 한국식당 음식 픽업해서 와구와구 먹었다. 


오븐과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나도 요리사


락다운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 있는 동네는 런던이 아니라서 배달 옵션도 적은 편. 그러니 자연스럽게 매번 요리를 하게된다. 정 귀찮으면 마트에서 구입한 레디밀 데워먹기도! 워낙 퀄리티 좋은 레디밀들이 많아서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제대로 안 읽어보고 산 거라 실패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임시집 생활 (+ 자가격리) 오래 하다보니 유용한 물건들이 생각난다. 


지퍼백: 음식, 재료 소분하기 좋음 

밀폐용기 (또는 배달 온 플라스틱 용기): 남은 반찬 담아놓기 

취향에 맞는 인스턴트 커피: 배달비가 비싼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비슷하다. 드립백, 믹스커피만 챙겨도 훨씬 낫다.

접히는 요가매트 + 운동복 1세트: 집에만 있어서 운동 안하다보니 온 몸이 찌뿌둥해진다. 특히 격리 기간 중엔 더더욱 움직임이 없으니 매트 깔고 유튜브 보며 운동했하면 좀 나음

맥주 또는 취향에 맞는 술: 격리 기간 중에 가장 땡긴게 맥주 한 잔이었는데 술 배달이 안돼서 (* 음식과 함께 배달시키면 받을 수 있지만 배달오신 분한테 신분증과 얼굴 보여줘야함) 친구가 가져다 줬었다. 미리 준비해 두거나 한국으로 입국하는 거라면 면세점에서 사가도 괜찮을 듯. 

라면포트: 봉지라면 끓일 수 있는 전기 포트! 계란 삶는 것도 가능

젓가락: 이건 영국 올 때 필요한건데 임시 숙소에 젓가락 없어서 대략 난감. 


베트남과 영국 사이, 한국 생활과 자가격리로 소프트 랜딩


청소를 부탁해 다이슨

남편과 나는 베트남에서 바로 영국 왔으면 정말 힘들었을거라고 얘기한다. 날씨도 그렇고 물가와 우리의 생활 양식도 달라져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큰 차이를 완충시켜 준게 한국 한 달살기와 놀랍게도 한국과 영국, 양국에서의 자가격리였다. 자가격리 하는 동안 이 날씨와 타임존에 몸을 익숙하게 만들고, 물건 배달도 받으며서 차츰차츰 이 나라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 심지어 외국 살다 본국으로 돌아가도 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자가격리 하면서 깨달았다. 코로나 이전처럼 바로 일상생활 가능했다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돌아다니느라 병나지 않았을까. 


나는 얼마 전 다이슨 청소기를 샀다. 베트남에서 내가, 아니 사실 나보다는 내 메이드가 훨씬 자주 쓰던 유선 청소기는 메이드에게 마지막 무브 아웃 클리닝을 부탁하며 거기 남겨놓고 왔고 지금 사는 임시집 바닥이 너무 지저분해지길래 이왕 쓰는 거 '진짜 우리 집'가서도 쓸 좋은 청소기를 구입하자며 산 것이다. 영국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우드 플로어와 카페트 모두 자동 모드 변환으로 청소 가능하다는 점이 포인트. (하지만 가격은 한국보다 비쌌다.. 왤까) 


베트남에서 '레버리지'에 익숙했던 우리가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일단 청소가 그 대표적인 예고, (다행히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 줌. 만세) 아직은 잘 모르지만 틈만 나면 관리실에 전화하던 걸 알아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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