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의 <모아나>는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했던 영화였다. 3년 전 엄청난 흥행을 불러일으킨 <겨울왕국>의 명성을 그대로 이을 수 있을지, 겨울이 아닌 한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보라보라섬과 하와이 모두 폴리네시안 문화권이기 때문에 <모아나> 에서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이제 이 영화가 훌륭한 영화인 이유를 차근차근 남겨보려고 한다.
주인공 모아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족장이 될 운명이었다.
모투누이 섬 족장의 딸로 태어난 모아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늘 그렇듯 꽤 높은 지위에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 한 가지 놀라웠던 건, 족장의 외동딸인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족장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모아나는 이 안락한 집을 떠나고 싶어한다는게 함정.) 족장이 되려고 암투가 있었던 것도, 딸이 족장이 되는 것을 걱정해 다른 사람에게 족장 역할을 맡기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족장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할 때 그녀는 여전히 십대 소녀였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여성 리더'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직도 유리천장이 존재하는데, 그것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젠더 이슈가 나올 때마다 뭇매를 맞았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미의 잣대를 거부한 인물들의 모습
소위 말해 '프린세스'들이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매우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다못해 머리 스타일이나 의상으로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흰 피부에 잘록한 허리, 작은 얼굴, 여리여리한 팔다리를 갖고 있다. 공주들뿐만 아니라 왕자들도 이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모아나, 마우이는 이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물론 모아나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까무잡잡한 피부, 튼튼한 팔다리, 현실적인 허리 두께 등. 아, 마우이의 모습은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영웅이 꼭 잘생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디즈니는 꾸준히 진보한다.
이 문장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디즈니의 엄청난 팬인 내 입장에서는 이들의 꾸준한 변화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지금 보면 <인어공주>나 <뮬란>도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기보다 (비중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전의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을 생각하면 이 또한 큰 변화였다.
3D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그 변화는 더욱 빨라졌다고 본다. 특히 <겨울왕국>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이야기였고, <모아나>는 더 나아가 비주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디즈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이것은 흉내내기에 그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겉모습만 따라한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갖고 있는 미디어 회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 만으로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앞으로도 디즈니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길 바란다.
덧) 이 영화는 남태평양 폴리네시안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전에 여행갔던 곳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 여행기도 함께 첨부한다. :)
보라보라 > https://brunch.co.kr/magazine/tahitiwitholaf
하와이 > https://brunch.co.kr/magazine/hawaiiwithol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