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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천장

by 맨부커

일요일 새벽과 아침의 기로,

내 방에 누워

천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린 시절,

엄마 옷자락 코에 대고

올려다보던 누런 천장,


모두가 잠든 새벽녘,

탁한 녹갈색 모포를 움켜쥐고

뜨거운 눈물을 삼키던

군대 내무반의 하얀 천장,


끝없이 내려앉은 어둠 속,

두통에 자주 깨어 올려다보던

노량진 고시원의 검은 천장이


겹겹이,


오른발을 왼발 위에 포개듯

편안함이 불편함 위로

조용히 스며든다.


세월은 조용히 흘렀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오직 내 마음, 감정, 영혼뿐.


천장에는 여전히 새겨져 있다.

그날의 먹먹함,

이겨내려는 열망과 사투,

씁쓸한 외로움과 고독,

끝없는 기다림이

산티아고의 표지석처럼

묵묵히 남아 있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이래선 안 되지.”


몸을 일으켜

전등을 켠다.


여기는 이제,

중년의 방.

그 천장에 그려 두었던 꿈의 그림자들이

조금씩, 내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

천장은,

내 마음의 다짐이자

내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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