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부커 Jun 02.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말했다. 나 외로워

요즘 6살 우리 딸은 아빠에게 요구사항이 많다.


아빠! 책 읽어주세요.

아빠! 킥보드 타러 가요.

아빠! 퍼즐 함께 맞춰 주세요.

아빠! 유튜브 틀어주세요.


토요일인 오늘은 놀이터 가기를 원했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이미 소위 고인 물, 점령군들이 많았다.


인기 많은 그네는 이미 만석이었고,  어른들도 한번 타보면 생각보다 훨씬 신나는 고층 미끄럼틀도 아이들이 발산하는 성장의 온기로 가득했다.


어느 정도 위험요소도 파악되었고, 딸도 인지를 하고

완전히 놀이터에 적응하자 나의 감각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 미끄럼틀 주위 공터에서

놀던 남자 초등학생 둘의 얘기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안 돼, 나 외로워"

"안돼. 엄마한테 걸리면 혼나. 나  학원 가야 돼"


다소 충격이었다. 외로워라는 단어.  어쩌면 중년인 나도 가슴속 꾹꾹 누르고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 판도라의 상자가 초등학생 입을 통해 열린 것이다.


내가 마음껏 뱉지 못했던 말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카운터 펀치를 제대로 맞았다.

원하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다.


나를 대하듯,  어린 초등학생을 토닥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다가가기엔 생각할 것들이 많다.


요즘 세상은 친구도 감정도 욕구도 계산된다.

선의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혼자 감성에 젖여, 위로 차 음료수라도 하나 사주려고 사알짝 눈물 글썽이며 다가갔는데, 꺼내기도 전에 이미 미친놈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사회가 외롭다.

아내가 외롭다.

남편이 외롭다.

친구가 외롭다.

아이들이 외롭다.


우리는 서로 같은 곳을 보고 상호작용하면서

많은 것을 누리고 공동체 속에 있어도 외로운 걸까?


10년~20년보다 훨씬 사회는 더 편리해졌고 풍족해졌다.

하지만 다들 마음이 허하다. 중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통제되지 못한

인스턴트 비난과 비교가 자리 잡고 있다.


휴먼 거지, 개근 거지, 삼각별 차

너무나 외로운 아이들

제발 관심 가져달라는 존재의 서툰 몸부림이 아닐까?


우리도 영국처럼 외로움 장관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사랑하는 딸 덕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셀프 임명하여

외로움 장관 역할놀이에 잠시 빠졌었다.


모두여 행복하시라.

당신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아주 귀한 존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요.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