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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 새로운 환경 모든 게 낯설었던 라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짝이었던 지윤이를 만나러 옆반으로 갔다.
한참을 뒷문에서 지윤이를 찾다가, 지윤이 필통이 보여 지윤이 자리로 갔다. 지윤이는 없었지만, 지윤이가 몇 번 말하던, 지윤이 짝이 앉아 있었다.
“안녕, 여기 지윤이 자리 맞지?”
라임이의 말에 지윤이 짝은 고개를 끄덕였고, 눈이 사라지며 웃었다.
“지윤이 배고프다고 매점 갔는데..”
지윤이 짝은 또다시 눈이 사라지게 웃으며, 라임이에게 말했다.
“네 별명이 꾼이야?”
지윤이 짝은 라임이가 어떻게 그 별명을 아는지 신기해 고개를 끄덕였고, 라임이는 지윤이 짝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런 라임이를 향해 지윤이 짝이 웃자 또 눈이 사라졌다.
“넌 라임이라는 친구구나?”
“지윤이한테 들었어?”
꾼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임이의 명찰을 바라보았다.
“신라임. 이름 예쁘다.”
“내 별명 못 들었어? 라임이 아니라, 신라인인 거.”
라임이와 꾼이 웃었다. 별일 아니었지만 웃었고, 처음 말을 건네 보았지만 편했고, 서로에게 좋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신라인, 아니 이쁜 라임, 왔어?”
지윤이는 라임이가 보이자 라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윤이는 라임이를 자신의 자리에 앉히곤 자신은 앞자리에 앉으며 뒤돌아 매점에서 사 온 과자를 책상 위에 펼쳤다. 나란히 앉은 라임이와 꾼을 재밌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14년을 살면서 너네처럼 특이한 이름은 처음 봤어.”
라임이와 꾼은 자신들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도 흔하게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기에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라임이 오빠 이름은 더 특이하다. 신록.”
그럴 줄 알았다는 꾼의 반응에 라임이는 웃었고, 지윤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과자를 입에 넣으며 손을 털었다.
“3학년에 공부 제일 잘하다는 사랑이라는 선배가 꾼의 언니다. 꾼의 동생은 현재.”
뱉고 나자, 생각보다 임팩트 약한 이름임을 셋은 느끼고 있었다. 이름의 강렬함은 라임이네가 이긴 것 같았다.
수업종이 온 학교를 울렸다. 쉬는 시간이 짧음을 새삼 느끼며, 서둘러 걸어가는 라임이는 간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또 곧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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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이는 늘 같이 집으로 가던 지윤이와 학교 앞에서 헤어졌다. 이사를 했고, 방향이 반대가 되었다. 반대가 된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버스도 타야 했다.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던 라임이는 익숙한 뒷모습에 서둘러 걸어갔다.
“꾼, 너도 이 방향이야?”
갑작스러운 라임이의 등장에 꾼은 반가워 활짝 웃었다.
“어. 너 원래 지윤이랑 가는 거 아냐?”
“어. 맞아. 그런데 이사를 가서 이제는 버스를 타야 해.”
라임이와 꾼의 대화는 서로의 집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고, 버스에 사람이 많아 힘들다는 라임이의 말에, 학교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보다 2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정류장에 가면 거기가 종점인 버스가 있다고, 아마 대부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정보도 꾼이 라임이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래? 그럼 완전 좋겠다. 걷는 건 괜찮은데, 버스를 처음 타고 다녀서 그런지 사람 많은 버스가 힘들어.“
라임이는 꾼이 가는 방향에 버스 종점이 있기에 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다.
“오늘은 왜 혼자가?”
꾼의 하교가 궁금해 라임이가 물었다. 꾼의 친구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기에, 바로 그쪽으로 갔기 때문에 꾼은 혼자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럼, 너도 이 방향이고 나도 이쪽으로 가면 좋으니까 같이 갈래?”
그렇게 시작된 하교 메이트였다. 라임이와 꾼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 어제 들었던 라디오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를 하며 걸었고, 라임이의 버스가 오기 전까지 함께 기다리며 헤어지는 순간을 아쉬워했다.
라임이와 꾼은 서로의 친구가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상상 너머의 꿈을 말했고 인생의 모든 순간에 서로가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꾼의 표정이 안 좋았다는 건 쉬는 시간에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애써 그 사라지는 눈으로 웃었기에 모른 척했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라임이는 물었다. 친구라면 고민도 나눠야 한다고 라임이는 믿고 있었다.
“아니, 그냥.. 우리 언니는 너무 잘하는데, 언니랑 나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 둘을 늘 비교하는 것 같아서..”
꾼은 자신 앞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굳이 꾼을 세워 놓고 하는 선생님의 예의 없는 말에 말없이 웃고만 있었던 그 순간의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도 아는 내용을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해 가며 말하는 그 순간, 솔직히 얼굴이 붉어졌고,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었음을.. 창문에 비치는 초라한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 만 꾼이었다.
꾼은 자신의 언니가 너무도 대단하게 느껴졌기에, 언니를 늘 자랑스러워했다. 주위의 눈치를 느낀 적도 있었지만, 그땐 어릴 때였고.. 그러나 지금은 나름 예민한 나이가 된 꾼에게 언니의 존재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그 사실은 오늘 유독 꾼을 우울하게 했고, 어느 누구도 피해를 주고 피해를 받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연결시켜진 사실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도 느껴 더욱 꾼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할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가족이야기는 무조건 편들어주는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아직은 어렸지만 라임이는 몇 번의 경험으로 터득했다. 라임이는 잘난 오빠에 대한 불만을 친구에게 했을 때, 자신의 편을 안 들어줘도, 오빠를 험담해도 불편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꾼의 말만 우선 듣고 있었다.
“유명한 언니랑 같은 학교를 다니니까.”
3학년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었다. 쉬운 이름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나서 듣게 된 이름이었기에, 라임이는 꾼의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았다.
“언니는 공부도 잘하지..남동생은.. 뭐 걔는 아직 어리고.”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서서히 자존감을 잃어가던 꾼은, 뭔지 모를 서운함에 온갖 이유를 찾고 있었고,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만 유독 불리한 것 같아 서러워지고 있었다.
“뭐.. 잘난 사람 동생은 괴롭지..”
장난기 가득한 라임이의 표정에 꾼은 살짝 웃었다.
“그래도 나는 오빠라서, 같은 학교도 다닐 일이 없지만, 너는 힘들겠다.”
꾼은 별말 아닌 라임이의 말에 순간 입이 삐쭉거려졌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여기서 울면 곤란할 것 같았다.
“네가 틀린 게 아니라, 너는 다른 거야. 지금 당장은 해결해주지 못할 생각이지만, ‘나는 다른 거야..’ 이 말을 주문처럼 외우면 어느 순간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
라임이도 오빠와 비교하는 친척들의 노골적인 말에 상처받았던 순간이 있었다. 라임이의 아빠는 라임이에게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말라고, 너는 다른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그들이 잘못된 거라고 말해줬었다. 라임이에게 극적인 위로를 주진 않았지만, 가끔씩 되뇌어 보던 라임이는 천천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진짜? 주문처럼 외우면 괜찮아져?”
“주문은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알지?”
꾼은 라임이의 농담에 다시 웃었다.
라임이와 꾼은 평화로운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었지만, 자신의 고민을 말해본 것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고 있음을 꾼은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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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멀리 보이는 하늘은 맑았는데.. 이쪽만 비가 오는 것 같았다. 그제야 하늘의 까만 구름을 인지했지만, 비는 점점 강하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었고, 비를 피할 곳은 지금 이 길 위에는 없었다. 처음 보인 건물 입구로 겨우 향했지만, 무방비 상태로 비를 만난 경험이 아직 많이 없었던 라임이와 꾼은 얼른 집으로 향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빗속을 빠르게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비는 그쳤고, 흠뻑 젖은 라임이와 꾼은 소나기였다는 사실에 허탈해 이 상황을 어이없어했다.
“라임아, 우리 집에 가서 옷 좀 해결하고 가.”
라임이도 이 상태로 버스를 타기 망설여졌기에 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아무도 없어?”
처음으로 꾼의 집에 가게 된 라임이는 이 상태로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불편해지고 있었다.
“없어. 내 동생은 이 시간에 집에 거의 없고, 우리 언니는 좀 더 늦게 오고.”
집 안으로 들어간 꾼과 라임이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 편해졌다.
라임이는 꾼이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 머리를 닦고, 욕실로 가서 교복을 벗어 최대한 물기를 제거했다. 라임이의 힘으로 완벽하게 물기를 제거하는 건 쉽지 않았다.
꾼은 라임이가 다시 교복을 입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체육복을 건넸고, 라임이의 책가방을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닦아주며 물었다.
“라임, 라면 끓여 먹을래?”
이런 날에는 라면이었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라임이의 모습에 꾼은 다시 활짝 웃었다. 보송해진 상태로 꾼이 끓여준 라면을 먹었다.
“우리 다음에는 비 보내고 오자.”
좀 전의 모습이 보여, 분명 바보 같았던 결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신났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웃었다. 비를 맞고 가던 교복 입은 두 명의 여학생을 상점 안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던 사람과 마주쳤던 눈빛을 말하며, 그 순간 라임이와 꾼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