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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Apr 07. 2024

좋아함의 넓은 의미가 사랑이 될 때까지.

만개한 밤 벚꽃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도 올해에도 변함없이 피어오른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피어난 길 따라 난 벚꽃, 공평하게 닻을 내리는 달빛,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 무엇하나 고맙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구의 멸망을 바랐는데 하루만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탈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파란 하늘에 하얀 점 하나 찍히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빨갛게, 노랗게 옷을 갈아입는 단풍 낙엽들을 살짝 발끝으로 밟아보고 싶어 졌고,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나뭇가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싶다. 딱, 1년만. 아니,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글을 다 쓰고 멍하게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억지로 사랑하기’를 하면서도 나의 무의식에 주입하는 말 중 하나는 ‘이걸 좋아해서, 사랑해서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였던 것 같다. 좋아해도 되는지의 여부 따위도 안중에 없었고, 외부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들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생겨도 망설였고, 섣불리 좋아한다고 할 수 없었다.


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요소를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맞추려 했던 걸까. 높은 허들로 시선을 옮겨버리니 나를 사랑하거나 나와 친해지기 같은 일들에 더 멀어지는 요인만 추가될 뿐이었다. 정말 나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던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진심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좋아할 수 없다.

더 좋아해도 된다고 몇 번이고 말해줘도 모자라다. 사랑으로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큰 욕심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넓어지거나, 커다래지면 그것이 사랑으로 번지는 일이 언젠가 있겠지.


사랑이란 건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에게 다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시선과 사랑으로 채우려는 게 아니라 ’나만의 것‘으로 채워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누차 말하지만 지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나만의 스피드로.


정말로 잘 보여야 할 상대는 남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은 나라는 사실을.

그리고 다시 그 사랑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담스럽지 않게 알려줘야 한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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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주혜에게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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