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해고, 세 번의 사랑의 실패

by 크림

차가움을 알려주는 하얀 입김, 세상을 그저 하얗게 녹이는 커다란 눈, 나무 위로 거는 빛나는 희망. 그 모든 것들의 절정을 알려주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슬프지 않은 날, 잔과 잔끼리 부딪히고, 사랑을 속삭이고, 영원을 약속하는 날. 몇 년을 아무렇지 않게 혼자로 지내왔는데 올해에는 유독 혼자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런 23일의 저녁이다.


새로운 사랑에게 그만하자고 통보를 한 것은 아마도 이틀 전이었다. 번갯불 콩 볶는 사랑보다 더하게 볶았던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던 날 다정하게 쥐어주던 두 개의 핫팩, 숙취해소제와 초콜릿 따위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얼굴에 넘어갔던 걸까. 그래, 뭐가 됐든 다정함에 빗장을 조금 열어 버려서 연인이 되었지만 뚝딱 거리기 바빴다. 그에게 던지는 질문은 적었고, 나름 사랑을 넣는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사랑이 아니라는 말에, 말 한마디에도 신경 쓰이던 날들이 이어졌다.


이미 한 차례의 연애가 끝났고, 그 사이의 짧은 짝사랑도 어이없게 마무리가 되었던 상태. 그런 가운데에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일주일 만에 해고 통보를 들어 슬슬 스트레스가 치밀던 차였다. 또한, 왠지 모르게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은 그 와의 관계가 불안해서, 불안함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그에게 꺼내기엔 아직 서로를 탐색하기도 바쁜 날이었고, 굳이 꺼내야 할 이야기들은 아니었기에 혼자서 술을 마시러 갔다.


좋아하는 꼬치구이와 술을 마시며, 옆자리 테이블과 짠을 하고 돌아 나와 위스키를 하러 갔다. 이번에는 절대 다른 곳에 가기로 했지만, 귀찮았던 탓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대바늘친구의 친구가 하는 바로 직진했다.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창피함은 온데간데없이 지난 일들과 고민을 털어두고 이브날에 다시 오기로 약속했다. 그 사이에 취해버린 내가 그에게 취기에 칭얼거렸다. 술에 취해 칭얼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단호하게 말했던 게 좀 서운했던 것 같다. 조금만 봐주지, 조금만 들어주지 싶었던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그에게 통보했다.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싫은 게 크다면 그만하자’고.


한치의 의견의 굽힘도 없었어서 단 일주일이라는 시간만 남기고 헤어진 게 허무할 정도였다. 비공개가 되어버린 인스타그램을 바라보며 멍하게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허나 오늘 안 사실은 내가 먼저 그를 차단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음을 깨달았다. 술의 힘이 그렇게나 강하다.


누가 그랬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쓰임이 있는 것일 거라고.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온갖 심연을 보게 된 아르바이트도, 예상과 다르게 뚝딱이게 되었던 짧은 사랑에도 좀 더 세심한 사랑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의미 있는 걸까.


돌아오지 않을 짧은 단편에 아쉬움을 넣어두고 이다음으로 넘어가 보려 한다. 다시 한번 손 잡아 보는 건 어렵겠지. 결국 실연과 시련으로 똘똘 뭉친 12월이 되었지만 이런 한 해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웃어본다.


그래도 한치의 거짓 없이 열심히 마음으로 내달렸던 2024년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1월에는 조금 더 웃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 사랑도, 취업도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올해를 희망차게 마무리하겠다.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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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주혜에게 제공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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