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순서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by 크림

차디찬 손으로 뺨에 손을 대는 것 같은 추위가 몰려왔다. 바짝 날이 선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어도, 눈앞에 반짝이는 전구가 있다면 어깨를 바짝 피게 되는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구정을 지나고 나면 이제 개나리가 피기를 기다릴 테고, 세상이 좀 더 분홍빛으로 물들기를 모두가 바랄 것이다. 새 생명에게 이제 알리는 시기이다.


아가, 곧 깨어날 준비를 해야 한단다.


바싹 웅크렸던 몸을 기지개 킬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아마도 2월인 것 같다. 그래, 그런 계절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무렇게나 누워서 계절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누워 있을 예정이 아니었는데, 바보처럼 느긋하게 굴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 그러면 안 됐다. 굴러가는 구름을 뒤로 하고 걷든, 뛰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세상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차피 금방 또 누워버리고 말 텐데, 뭐.’

그래서 취업이 좀처럼 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게으른 탓이니 누굴 탓 하겠나. 그래서 계속 두드리는 수밖에 없단 걸 알기에 문을 두드린 곳을 돌아 나오는 것에 연속이어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자리가 있겠지.


너무 과하게 욕심부려서 먹은 것이 도저히 내려가지 않는 날, 그런데 욕심과 대비하게 운이 너무 따르는 좋은 날. 그런 날에 이렇게 소리 내 쓴다. 맹탕이었던 국물에 소스를 과하게 들이부은 것 같은 일이 있었다. 아니, 어쩜 사랑도 요리처럼 과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맥락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일이.


누가 망쳤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국물의 간은 망할 대로 망해서 딱 알맞은 간을 찾기란 더는 어려운 일 되었으니까. 종국에 들었던 말은 “네가 요리를 망쳤어, 네가 못 해서”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란 어려웠고, 그래서 바락바락 소리쳤다.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분명 요리를 못할 거라고 말했는데도 이런 식으로 밖에 말 못 하다니 실망이야.”라고. 그에게 분명 두 번의 도망침은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도망쳤다.


요리로 비유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1월이 다 지나도록 생각했다. 그러다 대바늘이 그랬다. ‘부패한 고기를 넣고, 실온에 2년 묵은 고추장을 넣고, 땅에 떨어진 양파를 넣고, 산패가 다 된 기름을 넣는 게, 그게 요리가 되겠니?’라고.


간이 망한 건 소스를 많이 넣어서가 아니라, 이미 부패된 것들을 넣어서 실패한 거라면?

굳이 또 여기서 꼬집고 들어가자면 그 부패된 재료를 고른 게 누구인지를 따지면 답이 없다. 결과적으로 유명한 말이 있다.


‘도긴개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누가 망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망할만한 베이스를 가지고 요리를 했다면.

목에 차 올랐던 체기가 그제야 가라앉는 것 같은 대답이었다. 픽 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지난 대화와 일련의 일들이 부패된 것들을 넣는 것에 불과했다면 과연 깨끗한 재료를 고르는 대화와 과정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질문은 올해가 끝나면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그녀가 또 세상에 선물을 하나 안겨줬다. 그녀의 100번째 콘서트를 카메라에 담아서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게 해 줬다. 2시간 4분 동안 울다가 웃었다.


미움도 사랑이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왜 그리 사무치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지도 아직 모르겠다. 그냥, 그냥 또 미신처럼 믿는 거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눈을 감고 주문을 외련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성공을 하고,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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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사진은 주혜에게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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