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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20. 2021

다양한 어른

  

올해에도 다시 찾아온 10월의 어느 날. 작년 이 맘 때쯤엔 그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은데. 두툼한 니트를 꺼내 입고 외출을 했던 월요일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작년과 또 다른 삶을, 일상이 있구나’라고. 나만의 특유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해를 기억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달이 생기면, 그다음 해에 그 무렵쯤에 다시 되새기곤 한다.      


행복한가 물으면 살짝 간지러움을 느낀다. 그런데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는 한다. 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없듯이. 지금은 행복한데 나중을 생각하면 외로워질지, 그리워질지 모르는 행복들이 깔려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약간 맨발에 걸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자갈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생각해보니 난 자갈돌 길을 걸어본 길은 없는 것 같다. 해변가에 파도가 스미는 모래 밭길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음, 천천히 그 자갈 돌길을 나와서 나중에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중에 친구에게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저 길을 걸었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아니? 같이 걸었던 사람들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중간에 만나서 그냥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는데 그것마저도 좋았어. 그때만 생각하면 간질거려.     


아침부터 이르게 글 쓰는 이유가 그런 이유다. 엄청나게 부드럽지만 동시에 엄격할 것 같은 어른도 있고. 아프진 않을까, 오늘은 괜찮을까 걱정하게 되는 어른도 있고. 마음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이 드는 어른도 있고. 꼭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따뜻한 카페 라떼를 내어줄 것 같은 어른도 있다. 내가 지금 만나는 어른들은 그렇다. 연락은 안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싶은 어른까지도.


왜 유치하게 구는지도 모르는 상처가 되는 어른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약간 상쇄된 느낌이다.

학원 가야 하는데 몰래 빠져나와서 같이 놀러 간 친구들 같은. 쉿, 우리끼리 비밀이야 같은.


다양한 생각도,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올해 10월은 작년과 비교한다면 좀 더 풍성한 것 같다. 그 한 사람의 삶은 온전히 알 수 없지만,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시 살아갈 원천을 얻기 위해 이야기하러 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무서울 것 같았고, 끝날 것 같았던 작년과 비한다면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신기루 같지만 그 마저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추억도 있었지 라며 회상할 수도, 작년보다 더 음미할 수 있는 내가 있으니까.     


오늘은 꼭 따뜻한 바닐라라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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