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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26. 2021

일상의 한자락, 새로운 체험 위드살롱 이야기

요즘 시대는 참 알 수 없는 시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자신의 감정, 순수한 감정인 감성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고 창피해하기도 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감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감성과 이성이 부딪히는 순간인 것 같다.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라고 속삭이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감성이라고 하기엔 낙천적인 감성이라고 오해받을까 약간 겁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며 감정을 이야기하고 내 나름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창피하거나 앞으로 삶의 한 페이지에서 아무것도 아닌, 쓸모없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있기에 사람을 사랑할 때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그것을 위해 힘을 쓰는 사장님을 위해 받치는 글이다. 사장님을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같은 감성의 결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로 알게 된 분이다. 자신의 순수한 감정, 그리고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드러내지 못한 그 감정, 지나쳐 왔던 지난날의 후회, 혹은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는 솔직하게 말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사장님은 알고 계셨다. 그래서 도전하고 계시는 일이다. 과연, ‘이 감성이 있다면 사람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나는 사장님의 일을 내내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나 또한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응원을 드리던 사장님께서 나에게 좋은 제안을 주셨다.

우리 모임에 이야기하러 와보지 않을래요?

관심은 있었으나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던 나에게 사장님은 불씨를 던져줬고, 나는 그렇게 생애 하지도 않을 투잡 같은. 하루에 2개 약속을 도전하게 만드셨다. 몸이 축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나를 채우기 위한 약속인 만큼 아파도 행복할 거라는 확신은 있어 괜찮았다.

그리하여 사장님이 꾸리고 계신 따뜻한 공간, 살롱으로 떠났다.

할로윈 준비로 가득한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진 루프탑이 있는 작은 카페로 안내해 주셨다. 그곳에 모인 청년들을 한데 모으지 않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배치해 주신 배려도 좋았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소음으로 자리 잡힐 수도 있겠다는 걱정마저도 사전에 생각했다는 게 세심한 배려를 받은 기분이었다.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눈빛이 총명하게 빛나는 예쁘고 멋진 청년들이었다. 사람의 눈이 그렇게 빛날 수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예쁜 눈들을 가졌다.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나에게도 참 도움이 되었다. 내가 늘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의 중간지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하여 하나의 방법을 더 얻기도 했고, 지나간 이의 추억이 나쁘게만 간직되려 할 때 쓰레기통에만 무작정 넣는 게 아니라 그래도 좋았던 만큼 잘 포장하여 놔둘 수도 있는 방법도 얻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대화가 그러했다. 자신이 뽑은 최고의 사람과 최악의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유독 눈이 예뻤던 사람이 그렇게 대답했다. 최악의 사람은, 최악을 자신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말에 머리를 맞은 듯했다.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아마 그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겠냐면서. 다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을 두었고. 그렇게 또 최악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말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거쳐서 내린 결론이었을지 마음이 아프기도, 따뜻하기도 했던 대답이었다.

작고 여린 목소리였지만 감성이 가득했던 대답도 있었다. 자신과 맞지 않는, 혹은 끊어지거나 어려운 관계에서 어떻게 대하냐고 했었던 질문으로 기억한다. 그녀가 대답하기를, ‘네가 생각하는 나를 대하는 마음의 온도는 몇 도야?’라고 묻는다고. 쿨하게, 아마도 내가 바라보고 느낀 온도는 미지근하지 않은, 차갑지 않은 온도가 편안한 사람인 듯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성향을 다르게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일정한 온도를 더 따뜻하게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것은 오롯이 상대방과 내가 멋대로 가질 수 있는 ‘기대치’와도 같았다. 만약, 그 온도가 높거든 덜어주며 관계를 이어 간다는 그 말은 내게 크게 와닿았다.

사람을 단절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서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이 내게는 좀 어렵다. 처방전을 받았던 이야기로 중간지대를 만들어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처음엔 친구와 함께 중간을 만들 사람은 누구로 할 건지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했던 주제였는데, 또 방법이 생긴 거다. 내 온도는 얼마쯤 될까. 한 75도쯤이라고 하면 너무 뜨거울까. 그럼 65도로 하면, 사람들은 그렇구나 해줄까. 함께 또 고민해 줬으면 하는 친구에게 물어야겠다. 그전에 화해부터 해야겠지만.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대화는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감성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어느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마음을 털고 갈 수도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동시에 흡족했다. 아,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라고.

그렇게 두 번째 약속으로 향하는 길, 사장님과 짧게 나눈 대화에 나는 왠지 모를 뜨끈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도 떠올리면 무슨 감정인지 정의를 할 수 없는 따뜻함이 나를 감쌌다. 오랜 친구로 함께 했으면 하는 이들이 또 생긴 내겐 약간의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동시에 느끼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헤어지면 어쩌나, 이러다 틀어지면…, 아마 아직까지도 걱정하고 있었던 부분인 것 같았다. 사장님의 짧은 대화에 그런 걸 느꼈나 보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속에 네가 눈 닿는 그곳에 있겠다고 해줬던 그 약속의 말을 나는 참 가슴에 오래도록 새겼다. 지금은 만날 수 없게 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때론 나를 울리기도 하지만 불안할 때 항상 되새기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말이다. 사장님은 아마도 그곳에 계속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살다가 사람들이 힘들면, 혹은 또 다른 살롱에 있는 따뜻한 그 공간 사람들이 불안해할 때 가만히 그곳에서 자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다.

글을 마치는 지금도 마음 부근이 살짝 저릿하다고 해야 할까, 약간은 무겁고도 가벼운 숨이 심장과 명치에 남아있다. 퇴고는 어렵다. 글을 쓰는 친구들이 내게 글을 보고 감상평을 전할 때면 자신은 퇴고를 많이 거친다고 한다. 나는 퇴고를 잘하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퇴고를 했어야 했다. 감정이 덕지덕지 붙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주변 사람들은 내게 영감을 많이 준다. 덕분에 또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모든 약속을 끝마치고 돌아갔던 토요일 그 밤, 나는 또 작은 한 발을 내디뎠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울며 돌아갔던 길을 웃으며 돌아갈 수 있게 된 오늘이 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웃으며 그곳에 이야기하러 갈 수 있었던 거겠지.

마냥 달지만은 않지만 쓰지 않았던 토요일 밤이었다.

* 글 속의 사장님은 실제 사장님이 아닙니다.

글 속 사장님은 다른 곳에서 알게 되어 호칭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점 이해해주세요.

#사진은 오늘은 좀 아파서 걱정되는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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