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Oct 29. 2021

한 낮의 밤

면접 보기 전 날인 어젯밤, 자기소개를 연습하고 쉬고를 반복하다 좋아하던 것들도 마다하고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1시 반이 돼서 이제야 눈을 감아볼까 했다. 상상을 할 틈도 없이 사락 잠에 들었다가 깼다.     

10월의 끝자락, 이제 올해도 두 달 밖에 안 남았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시간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 간다. 세상 그 누군가가 무슨 일이 있던 공평하게 낮엔 따뜻한 햇살을, 밤에는 달빛을 보내준다. 그 누구도 열외가 없도록 말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소식, 기분 좋은 언어를 주고받았으니 그만한 행복도 없다는 기분으로 외출복을 벗고, 바깥의 때를 씻어내고 침대에 누웠다. 아무도 없는 집안을 한 낮의 밤을 만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켰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신곡, ‘딸기 달’

따뜻한 전기장판으로 달구어진 이불과 속은 나의 몸을 데워주기는 딱 적당했다. 노래마저도.

이어폰이 아닌 스피커로 노래 듣는 경우는 그 마음을 만끽하고 싶어서다. 

기분 좋음 그 어딘가에서 피어 나오는 꽃밭을 음미하고 싶었다.  


난 노래를 들을 때 가끔 상상한다. 가장 좋았던 시절의 추억들을 뮤직비디오처럼. 한 편의 드라마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풍경, 그때 그 느낌을 떠올리며 노래에 이입하곤 한다. 이번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애쓰고 싶진 않았다. 없어서 떠올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딱 그 정도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했다.     


항상 좋았던 것들은 살짝 어딘가 비어있다. 내가 그렇게 정말 간절해서 꼭 쥐고 있는 것보단 느슨하게 놓고 바라보던 것들이 곁을 지키거나 그것이 때론 정답이 될 때가 많다. 힘을 빼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처럼.      

추억을 쓸어내리면 예전엔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아쉬움이 없다. 

어쩌면 이리도 늘 다른 것들이 하나씩 밀려와서는 웃어주고 가는지 모르겠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가 온다는 말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꽉 쥐면 숨이 막히니 살짝만 힘을 풀고, 간절함보다는 자유로움을. 그 모든 순간을 즐겼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싶다. 하지만 후회를 하기엔 오늘의 감정에 너무 아까운 감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그녀가 그랬다.

사람은 사람끼리 사랑을 하는 법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한다.

추억을 잊어버리려 하면 아마 사랑하는 법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리라.


이런 감정도 배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은 출사를 앞둔 주혜가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한자락, 새로운 체험 위드살롱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