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Nov 02. 2021

사실 진짜로 묻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눈이 시렸다. 전날 울었던 것이 가라앉지 못했단 뜻이다. 

금방이라도 툭하면 울 것 같았지만 꾸욱 참아냈다. 오늘은 선생님을 봬러 가는 날 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말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얼른 4시가 되길 빌었다. 

하루 종일 심장이 떨렸고, 하루종일 조금씩 스미는 이유 없는 눈물에 숨을 삼켜야 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한번도 받아본 적 없었던 꾸밈 없는 칭찬, 잘한다는 칭찬은 언제나 부끄러웠고 나 자신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정말로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끊임없는 칭찬은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기는 아주 적합했다.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을 들려주는 것이 사람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매일을 울었던 일상이, 사람의 숨소리마저도 싫었던 그 날이, 그 달이 자꾸 떠올라서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왜 그렇게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원망하기 바빴던, 내가 나를 버리려고 했던 그 마음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인 거다.     


어머니는 내게 그랬다. 네가 슬퍼하는 원인을 이야기 해야 사람들이 네가 왜 슬픈지 알 거야.

추상적인 슬픔만 가지고 이야기 하면 모를 거라고. 그렇지만, 끝끝내 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언젠가 분노가 치밀거든 쓸 수 있는 슬픔이었다. 아주 천천히 발을 옮겨 나갈 수 있는 힘은 가졌지만 수용하거나 잊어버리거나 할 수는 없는 것들이 도처에 놓여있기 때문에 푹 빠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원망조차도 하기에는 이제는 너무 허무해져 버린 이야기를 써버리라니. 그래서 속이 시원해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말하고 말텐데…. 보장도, 사과도 받을 수 없는 일을 나만 끌어안는 건 너무나 억울하다. 

현재를 살라는 말이 너무나 치사하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 하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미웠는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며 눈 앞에서 울 수가 있는지. 

어떻게 나를 안타까워 할 수가 있지.

나는 선명하게 똑똑하게 기억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세상에 덤비지 않았던 게 그게 내 탓이라면, 내 잘못 이라면.

그 사람의 잘못은 어디에 매겨야 하는 거야?

어디에 고해야 마음이 풀리는 거야?

아주 간단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하는 그 말이 너무 억울하기 짝이 없다.

글을 쓰는 이유가 나는 나를 풀기 위함인데. 나를 풀지 못한다니. 너무 억울하다.


선생님이 그랬다. 

크림씨는 제게 항상 해도 되는지, 안 해도 되는지를 물어요. 안 될 것도 없는데.

사실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런걸 묻지 않아도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충분하다는 말 따위가 듣고 싶었던 것도 있다. 동시에 이미 알고 있다. 이걸 풀어내면 안타까워 할 거야. 나는 그걸 바랐던 게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까봐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의 모습만 남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건데. 


숨이 막힌다.

심장도 빨리 뛴다.

분노를 털어내면 여전히 씁쓸하다.

슬픔을 파는 것 같아서 숨이 막힌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    


진짜 어른은 어떻게 참는지 아직도 모르는 지혜의 영역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 낮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