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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Nov 06. 2021

우리는 어떤 친구로 남을까요?


최근 나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어쩜 친구라고 하기엔 조금 버릇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가진 지혜의 넓이가 다를 뿐, 아마도 나누고 있는 마음은 비슷할 거라고 믿는다. 아니, 어쩌면 맞춰가고 있는지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요즘 마음이 들쑥날쑥했다. 개인적으로 부딪히는 현실 세계에서 마주한 마음 외에, 이해관계가 조금은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있어서였을까. 조급함일까, 불신이었을까. 또 한 번 엎어졌을 때 그렇게 만개하고 싶었던 마음들은 온 데 간데 없이 무덤덤한 내가 자리에 있으니 속상해하며 친구들을 봐도 마음껏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좋지만,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왜 아직까지도 그런 조급함엔 여유를 갖고 잠재우지 못하는지.     

 

이 공간은 나를 다 보여주는 공간이니까. 다 보여버리면 실망해서 떠날지도 모른다는 그 마음. 늘 당당한 척은 해도 촉을 세우고 동태를 살피기 바쁜 마음의 눈은 여전히 쉴 틈을 모른다. 또 여유가 사라지고야 만 거다. 아무튼 이런 마음들은 일어섰다가 지고, 피고를 반복할 테지만 사랑은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그럼에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오늘의 글을 쓴다.      


어제는 다양한 마음들을 확인했다. 사랑받는 사람의 마음,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

사랑받는 사람의 마음은 내가 동경하는, 누군 콩깍지라며 웃을지도 모르는. 멋져 보이기만 하는 친구가 하는 방송의 100회를 기념하는 곳에 가서 확인한 마음이다. 100회를 알렸던 어젯밤.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올까 했는데, 그를 축하하기 위해서 온 사람이 눈으로 확인한 숫자만 119명이었다. 나는 커다랗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들을 그는 어떻게 마음들을 가득 느꼈을지 궁금했던 순간이었다. 동시에, 그렇게 축하하는 마음. 사랑의 마음이 가득 묻어나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같은 시간에, 그곳에서 묵묵히 그들을 맞이했던 그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그를 울리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삶이 힘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주었던 마음들은 여기에 있었다고. 아, 엄밀히 말하면 그는 받는 입장이지, 마음은 물어볼 새가 없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아주 따듯했을 거라 믿는다.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조금은 간질거린다. 아마도 서로 좋아한다며 키득 거리며 웃으며 행복하게 잠드는 게 일상이었던 친구들의 이야기여서 그렇다. 서로 웃기가 바빴던 친구들이 오늘은 웃지 않았던 거다. 현실의 파도의, 일상에 서서히 짓눌리고, 켜켜이 스미는 마음이 오늘만큼은 버텨내지 못해서 바다를 찾고야 말았을 때. 사랑을 주고 싶었던 그는 피아노를 들었고, 목소리를 크게 내어 마음에 가닿기를 바랐고 기타를 들었다. 


난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너무 좋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보다도.

부끄러운 듯, 아닌 듯, 제일 잘 치는 피아노 선율에 조금 기대는 듯한 목소리가 오히려 진정성 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노래를 불렀던 그가, 위로를 건네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들면서 내비쳤던 속마음이 어딘가 톡,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나도 언젠가 주는 사랑을 하고 싶어 했었는데. 또, 잊어버릴 뻔했었던. 무표정해진 내가 슬펐던 나에게 다시 숨을 불어 넣어 주는 마음이었다. 아마도, 많은 친구들에게 그랬겠지.


그 친구들은 그런다. 그가 힘들 땐 어떻게 달래주지. 어떻게 위로해 주지, 나도 걱정이다. 걱정할 것 같으니 살며시 숨겨두고는 오늘 또 힐링했다는 말 한마디로 퉁치고 삭히진 않을까.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서로 내가 더 좋아한다며 웃으며, 이것 저것 주머니에 있는 걸 주는 친구들이 그대에게 주지 못하는 마음이 주머니에만 쌓여 있다면 아마도 슬플 거다. 사랑을 주고 싶다면, 주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마음도 알아주면 좋겠다.


그렇게 또 같이 사랑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아주 더 그전에 편지를 썼을 적에, 사랑을 응원하리라 했지만 나도 이제 사랑을 할 테니.

주고받는 사랑으로 많이 마음을 데웠으면 좋겠다.

더 어디에도 없을 인연이 때론 아플 수도 있지만 사랑만은 잊지 말길 바라며 여기에 남겼다.     


제각각 우정을 키워나가는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모양도, 크기도. 그렇지만 딱 하나 공통점은 서로가 좋아서 여기에 자리한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모양이나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랑이 변하는 건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똑같이 자리한다.

변하는 건 사람뿐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조금은 안심하며 이곳에 올 수 있지 않을까.

어제의 그 사랑으로 오늘 나는 또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조금은 친구들도 그러했길 바라며 마친다.     


#사진은 어제의 하늘을 보내준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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