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고 나서 뭔가 특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심심하지 않고 싶었고, 무언가로부터 남겨지기를 원해서 오늘은 영화를 택했다. 그래서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해피 뉴 이어와 라라랜드를 보았다.
영화를 볼 때의 장점은 책 보다 압축된 감정을 전달받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장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점은 그 펼쳐지는 장면들 속에서 숨어있는 요소, 의미들을 찾아야 비로소 보인다는 것과, 압축된 감정을 느끼려면 꽤 내면이 깊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없지만 지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부담감이 있다.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오늘 본 두 영화는 재미있었다. 첫 번째로 봤던 해피 뉴 이어는 각자 사연이 다른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풋풋한 첫사랑, 오래 곁에 머물러 우정으로 자리했던 사랑, 황혼에 맞은 두 번째 사랑, 신데렐라 같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연말에 찾아온 사랑,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사랑,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사랑.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처음엔 전개가 잘 이어질까 생각했지만 꽤 잘 이어져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황혼에 맞은 두 번째 사랑 이야기였다. 극적인 요소 장치에 뭉클했던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어쩌면 내가 갖는 사랑의 환상을 본 것 같았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었던 사랑이 이루어지는 사랑.
세월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사랑해야 가능한 일일까. 가늠할 수 없는 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내게 말했었다.
향수가 오래가는 사랑을 해봤으면 좋겠어.
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 할 수나 있을까 하는 의심, 그리고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같이 들었다. 나는 유독 감정에 대한 것에 있어서 좀 더 크게 느끼고 오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 사랑을 하게 되거든 꽤 삶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곁에 없는 사람을 홀로 사랑하며 그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해피 뉴 이어는 러브 액츄얼리 같은 한국판 로맨스라고 하던데. 러브 액츄얼리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동화적 요소가 있어서 그런지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긴 하다. 내년에 또 보고 싶을까는 올해 연말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다음으로 넘어 가볼까. 두 번째로는 본 영화는 라라랜드다. 보고 난 후 꽤 여운이 남아 있어서 결국은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반복되는 구조, 어딘가 낯익은 멜로디, 감정의 고조를 서서히 끌어올리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구조에 설마 했었다.
이 작품, 위플래시 감독 작품 아닐까?
너무 여운이 남아 끝나자마자 찾아보니 역시 맞았다. 그런데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위플래시에서의 감정 표현에 대한 세기를 비교하자면 차이가 극명하다고 해야 할까, 조절이 되었다고 표현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위플래시는 휘몰아치고 숨도 못 쉬도록 조르는 듯한 느낌이라면 라라랜드는 좀 다르다. 그런 고조 속에서 로맨스가 피어났다고 생각하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다.
한 가지 더 여운이 남았던 건 결말이었다. 보는 각도마다 해피 엔딩도 되지만, 새드 엔딩도 되는 그 구조와 꿈에 대한, 삶에 대한 이상과 현실에서 타협하는 사람도 있고, 타협하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메시지. 그렇지만 사랑까지 따라올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위플래시에서도 그랬듯, 타협하지 않으려면 쏟아부어야 하고 미쳐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사람은 일생에 한 번은 그렇게 미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실 결말을 알았을 때 어느 지점에서 사랑을 흘려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해석을 찾아본 결과 미아와 세바스찬이 지금 서 있는 지점에서, 각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했던 그 시점이, 흘려보낸 시점이라는 걸 알곤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지만 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던 걸까.
두 편 연달아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보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울렁거렸다. 사랑이 사람을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 정말로 목적만 잊지 않는다면 사람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
에스프레소 어른의 말이 자꾸 맴돈다. 목적이 목표보다 아래에 있으면 안 된다는 그 말.
한 번도 목적을 가지고 살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어서 그런 것 같다. 꿈을, 가진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해지고 왠지 톡 건드리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조언들이 계속 생각나는 영화였다.
삶은, 계속 되풀이되는 것에서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게 목적이라면 무슨 목적을 가져야 하는지.
얼만큼 미쳐야 하는 건지.
생각하게 되는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