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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Mar 10. 2022

‘굳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무의미 해진다.

새로움은 적어지고, 걷어진 감정 위로 묵혀두었던 감정들이 빈 가슴을 메꾸기 시작한 요즘.

공허함이 차기도 하고, 일상의 모든 것들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것이 있다.      


이를 테면 삶의 활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반짝, 생에 대한 생기를 가득 짊어진 사람이고 싶다고 말해오고 있지만, 오래되지 않은 소망인 탓일까. 그 소망을 푹 짓누르고 있을 때가 있다.      


죽음을 맞이할 용기도 딱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삶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는 없다. 

그래, 지금 죽음에 머무를 수 있다면 참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라며.     


사실 이 마음을 흘끗 보이거나, 보아버리면 순식간에 모든 것이 색을 잃어버리고 만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보면 끝없는 무덤인 걸 안다. 

꼭꼭 숨겨둔 민낯을 드러내는 것은 꽤 창피하다.     


사랑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 더 가까운 정답일 것이다. 

당신의 밤의 안녕을,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당신에게 안녕을, 평안한 안녕을. 

당신의 어떤 것들을.

동시에 나의 어떤 것들을, 나의 평안과 안녕을,

무척이나 사랑하려고 애썼다. 사랑하고 싶었으니까. 

사랑하지 않는 모습은 사랑스럽지 않기 때문이었으니까.     


당신의 안녕에 ‘굳이’를 붙이면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안녕에도 ‘굳이’를 붙이면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눈물이 나서,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당신의 안녕에도, 나의 안녕에도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사랑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내일의 당신께 '굳이'라고 말하지 않아야지.

내일의 나에게 '굳이'라고 말하지 말아야지.     


사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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