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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Apr 12. 2022

행복을 쓰는 일

오늘의 기쁜 일을 말하며 웃는 내게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약을 줄이죠”    

 

딱, 1년이 된 시점이었다.     


-     


봄이 내는 소리는 여전히 어딘가 간지럽고, 꽃이 되고 싶도록 만든다.

손을 뻗으면 꽃잎이 잡힐까, 몇 번이고 손을 내밀곤 했다.

사락, 하고 내려앉은 꽃잎을 꼭 쥐었다. 소원을 빌라는 동료의 말에 얼른 채근하듯 빌었어야 했던 걸까.

조금 더 나중을 꽃잎에게 기약했지만 쉽게 말라버린 작은 잎을 보고 아쉬워했다.     


내가 소소하게 기쁜 일을 적기 시작했던 건 지난 12월부터였다.

행복했지만, 어딘가에 함정이 놓인 것처럼, 꼭꼭 숨겨둔 지뢰 같은 존재.

‘우울’에게 대항하고자 했던 일이다.

물론 스스로가 먼저 제안했던 일은 아니었다.      

일 년 전, 힘든 시기를 같이 견뎌보자고 손을 내민 지인의 제안이었다.     


“우리, 다음에 만나면 그 달의 행복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세어보는 시간 가져요.”     


의미를 붙인 행복에는 생기가 돌았고, 행복이 곳곳에 놓이니 불안은 짧았고 웃음은 많아졌다.

숨이 가빠질 때면 행복의 일기장을 꺼낸다. 눈으로 읽은 행복, 손으로 쓸어 만진 행복이었다.

어여쁜 아이 볼을 아주 소중하다는 듯이 가만히 쓰다듬는, 그런 손결을 느끼는 행복이었다.   

  

그러다 어쩔 땐 너무 소중해서, 사라질까 두려워 꼭 안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꾹 눌러 담은 행복은, 그날의 행복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을.

여전히 오래도록 행복이 곁에 있어줄까, 더 큰 행복이 있을까 하며 기대감을 표하는 것도

어제의 행복에 오래 머무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고, 안주해서도 안된다.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행복이 사람이 될 때도, 사랑이 될 때도, 일이 될 때도 있다.

그럼 행복하지 않을 일이 없고, 사랑하지 않을 일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누리고자 할 때,

너와 내가 행복한 관계가 되고자 할 때,

지치지 않고, 계속 행복을 쓰고자 할 때,

때론 지쳐 쓰러져 어루만질 행복이 없을 때.


그럴 때를 위해 행복에 욕심을 부려서도, 안주해서도 안된다.     


혹여 그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알고 있다면 괜찮다.

행복은 도처에 있으니, 쓸어 만질 행복은 하루에 하나씩은 피어난다.

그것만으로도 빌려온 사랑에 사랑을 담아 말할 수 있다.     


행복하다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그저 부지런히 나아가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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