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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Aug 18. 2022

오늘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습기가 축축하게 머물러 있던 공기는 어디 갔나요, 낮은 선바람이 부는 날씨가 좋아요.

손마디를 헤엄쳐 나가는 바람결에 가을 안부를 살짝 묻곤 여름의 언덕에 서서 가만히 서 있어요.


온몸의 뼈 마디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반쯤 벌어진듯한 감각이 들어요.

아, 폐 끝까지 숨을 밀어 넣어보지만 맑디 맑은 공기가 차지 않아요. 더운 숨이 한가득 차선 일렁거려요.

그리곤 뭉근하게 온 전신에 퍼지는 것이 꼭 잠기다만 수도꼭지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 감각을 알고 있습니까?


당신께 언젠가 설명할 감정의 여러 가지 색과, 깊음, 선명함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주문을 스스로 외우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깊은 바다에 발이 닿지 않아도 놀라지 않도록요.


나는 당신의 '아니오'를 듣고 싶진 않았습니다.

당신의 아픔은 내 아픔이 될 수 없고, 내 아픔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아픔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 단어도요.


볕이 들어오는 언덕 위에 서서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볕의 따스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 떴을 때 사랑하는 이가 있는 기쁨은 모르지요.

나는 여행이 주는 기쁨 정도는 알 수는 있어도, 더 먼 곳을 날아가 자유를 느끼는 듯한 기쁨은 몰라요.

나는 열정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몰려오는 피로감에도 우뚝 서는 강인함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안으로, 밑으로 침식할 때 잠시 곁을 내어주는 마음은 알아요.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은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당신의 노력과 내 노력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마음만은 알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빌린 마음이 아니라, 내 안의 흐르는 마음으로 당신께 사랑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또 노력하겠습니다.

당신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와 다정한 악수 하나 받을 날을 기대하면서요.


 #photo #picture @juhye_pic_  @juuu_h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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