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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Apr 01. 2022

사랑을 쓰는 이유

봄이 오기 시작하는 소리를 눈으로 들을 때면 나는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진다. 

꽃잎을 피워내고 싶은 꽃이 된 것처럼. 봉우리를 틔워낸 꽃이 햇빛을 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떨어지는 꽃잎이 마치 내가 된 것처럼, 부서져 내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천천히 떨어져 주렴, 볕이 따뜻하다고 빨리 피워버리면 너를 짧게 봐야 하는 나는 어쩌니.

아니, 어쩌면 짧게 보기에 아플지도 모르겠구나.      


꽃봉오리가 작게 피어나 있는 낮은 나무를 멀거니 바라보며 마음을 전했다. 

툭, 툭 발 끝만 차다 이내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봄을 타는 듯하다.  

   

더 소리가 찬란해지기 전에 바람결에 타는 마음을 실어 보내야지.      


소리가 없는데, 소란스러운 그 봄 아래 서 있는 나는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며칠 전, 작은 모닥불 같은 사랑스러움을 느꼈던 그날을 떠올리며 꼭 사랑을 쓰겠노라 약속했기 때문이다.      

왜 사랑을 해야 할까. 그녀도 그랬는데.

세상이 싫어도 사람은, 사람끼리 사랑하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 사랑하는 법을 잊으면 다른 이를 안을 마음조차도 잃어버린다.     


가느다란 실이 심장에 통과하는 기분이 들었다. 

부서지는 봄보다 무서운 무기력에 짓눌릴 뻔한 자신을 애써 일으켜 세우며 웃었다.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당신과 나를 위해서.     

일 년 전이었다. 따뜻한 햇볕을 보며 시린 가슴으로 물들었던 것이. 

그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시렸던 마음을 온 마음에 물들이지 못하고 있다.

무뎌지고 있는 걸까, 잊어가는 걸까.     


외로운 싸움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끌어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까 겁이 났다.

 숨죽여 우는 소리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그러면, 당신이 덜 외로울 테니 사랑해야 했다.     


동시에 내가 지치지 않아야 했다. 말라 찢긴 낙엽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단단한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되어 꽃을 피워야 했다. 만개해 흩날리는 꽃 잎이 되어 당신께 기쁨 한 장 전하려고.      

기쁨을 말하기 위해, 슬픔을 안기 위해 사랑해야 했다.  


짓눌렀던 무기력은 어느새 사라졌다. 더 집어삼킬 수 없었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오늘의 내가, 당신께 내가 적어둔 사랑 하나 말하기 위해 서투른 사랑을 쓴다. 

이다음에, 당신의 사랑으로 내가 세상에 있었음을 단단히 알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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