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어른이 내게 그랬다.
“다음에 보면, 내가 안아줘야겠어요. 1년 만에 우울함에 둘러 쌓여 있던 자신을 행복을 나누는 사람으로 스스로 만들어왔으니.”
그게, 울고 있는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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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많이 싫어했다. 혐오해왔고, 옷깃만 스쳐도 더러운 것이 묻은 것처럼 불쾌해했다. 주변에 마음을 나눌 사람은 적었고, 꼭, 꼭 숨은 채 그들이 주는 마음만을 받으며 그냥 살아있었다. 행복해지겠다고 다짐을 할 생각도 못한 채로.
매일 음주와 폭력으로 얼룩진 기억, 하루가 멀다 하고 새벽 밤을 전전하며 술에 취한 그를 찾아 헤매야 했던 일이나, 모멸감으로 잔뜩 쌓여 누군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했던 일, 나도 죽일 수도 있겠다는 말투와 눈빛을 받은 건 오래였다. 아니, 애초에 사랑 같은 건 없다는 걸 느낀 것도 오래였다.
끝나지 않는 고통이라고 생각했고,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를 발목 잡는 일이라고 생각해 오래도록 슬픔에 머물렀다.
일 년 전, 마음 병원을 다니고자 마음먹었던 건 소꿉놀이 같은 사랑이 끝남도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3월이 끝나면 왠지 나의 삶도, 세상에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극심한 때였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우울과 불안을 끌고 살다, 살기 위해 갔던 것이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삶을 살고 싶어서.
그 후 부지런히 행복해지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다.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아주 아주 열심히, 이를 악물고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우울을 끊임없이 지우고 싶어서. 차라리 그런 걸 가지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었던 열망이었는지, 사랑하고 싶었던 열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행복하려 했다.
나를 보는 사람이, 적어도 더는 우는 아이로 기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근 그 노력이 물거품 되는 듯한 일이 생겼다.
또 그때의 잔인한 감정에 빠져서 입술을 꽉 깨물게 된다.
희망은 없는 것처럼, 여전히 슬픔은 계속될 거라고.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속에서 나를 붙잡고 있는 말은 그의 말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무너질 거냐고 묻는 것 같아서 괴롭고, 괴롭고, 또 괴롭다.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썼던 일은, 사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던 일.
세상에 한 발 더 나아가려고 애썼던 일은, 한번 더 살아보자고 다짐했던 일.
오늘의 행복은 무엇이었냐며 다그쳤던 것도 사실은 그러지 않기 위해 하는 일.
행복할 수 있어.
나의 아저씨 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말 떠오른다.
고맙다. 고마워,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수근 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행복할게.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할 수 있어.
그렇게 이겨내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