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밤, 그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혼술을 해보았다. 그렇게 혼자 갈망했던 국밥과 소주로.
굉장히 아저씨 같은 조합이라고 머릿속에 되뇌곤 했다. 왜 그걸 그렇게 고집할 수밖에 없었냐고 물어보면 추억 때문인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서 국밥과 소주를 즐겼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지 대바늘의 친구가 “맛이 없었어?”라고 묻는 게 퍽 웃겼다. 그래서 이다음엔 꼭 혼자 즐겨봐야지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부산에 가면 꼭 다시 먹고 싶었던 국밥 집이 있었는데 번번이 택시 기사님들이 반대했다.
너무 외지고 이름도 모르는 곳에 간다며.
입 아픈 실랑이는 하고 싶지 않아서 추천한 곳을 간다고 했다가, 평범한 그 맛에 고개만 까딱이고 오던 기억을 전부 씻어내려고 싶어서. 천천히 내가 즐기고 싶은 대로, 소주를 넘기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내 앞에 놓인 초록색의 소주병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한 안정감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각자 병을 하나씩 가지기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술에 취해 나와 유난히 기복이 심한 듯한 계절을 느릿하게 걸어가며 노랗게 물들어서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한 나무를 보곤 웃음이 피어났다. 제대로 피어올라 기꺼이 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예뻐서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 나무를 보고도 수군대곤 했다. 계절의 기이함을,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계절이 된 것처럼. 그 나무를 보고도 여전히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 발 밑에는 익어서 떨어진 예쁜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지치게 하는 요소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단점을 찾아내 열심히 입을 모아 수근 대는 것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굉장한 혼동을 겪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하던 날들의 방점을 찍게 만들기도 했다.
가려져 있던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 떨어진 단풍잎을 더 또렷하게, 멍하니 바라봤다.
단단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여겼던 내가, 이토록 흔들렸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에 몰려왔다.
순간 확 달아오른 얼굴을 차가운 두 손으로 식혀보려 했지만 쉽게 데워지진 않았다.
오랫동안 열기가 지속되는 것을 가만히 느껴야 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이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눈을 꼭 감고 생각했다. 무엇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믿어야 할지도 때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면 나무는 기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는 것을.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그만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조만간 또 소주를 찾을 것 같다.
* 사진 출처는 주혜에게 있습니다. 좋은 사진 제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