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키우는 할머니를 알고 있다 산이 기지개를 켜면 가장 먼저 둥그런 금속 철통에 뜨끈한 물을 가득 채우고 둘둘 하나 다방 커피를 팔며 산의 허리에 앉아 방문객을 기다린다 손짓 한 번에 참새들 무리가 덤벼들 듯 도열하여 곡식을 쪼아 먹는다 가끔 직박구리가 날아들고 물까치가 떼를 지어 노니는 틈에 어치는 몰래 숨어 참새를 노린다 고양이처럼 위장하여 참새를 안심시킨 뒤 잽싸게 한 마리를 낚아챈다 까마귀사촌이라 부리가 큰 탓일까 작은 몸집으로 꽤 커다란 참새를 물고 간다
방문객이 찾아오면 산의 이야기는 배일을 벗고 탈출을 시도한다 스무 가지 소리라고 했다 어치의 생존 본능에서 쌉쌀한 맛이 난다 재능 뒤에 숨은 기능을 본다 재능과 간사함에 대하여 무수한 답을 쓴다
한낮에 참새는 할머니가 한껏 내민 손 안의 곡식을 쪼아 먹으며 생존의 법칙을 잠시 잊는다 바위도 꾸벅꾸벅 단잠에 빠진다 사그락 거리는 나뭇잎 뒤채이는 가지 위에 물까치 한 쌍이 다정하게 앉아 있다 할머니는 제 일을 마치고 뜨거운 물을 따라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할머니의 손 아래서 다소곳이 산이 잠들어 있다 할머니의 입에서는 산의 이야기가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