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좋아서 비를 기다려요
비는 무거운 언어로 때론 가벼운 언어로 내려앉아요
비의 언어는 밤의 언어예요
보호받고 싶은 이들의 언어예요
유희하고 싶은 이들의 언어예요
창틀에는 장문의 모스 부호가 매달려 있어요
투명한 유리창 밖에는 잠시 멈춘 흔적들이 말줄임표로 떨어져 있어요
언어는 타고 흘러요
누군가의 우산을 두드려요
바쁜 누군가의 발목에 새처럼 퍼덕이는 온점을 찍으면서
밤의 언어는 무채색으로 바닥을 타고 흘러요
바닥의 언어는 과거의 한 때를 불러 세워요
과거의 언어를 불러와요
생생하게 감각된 꿈처럼
언어는 감각을 감각하게 만들죠
참고 참았던 밤의 언어가 흐르고 있어요
비 오기 전 하늘에서는
밤의 언어를 품고 있는 벅찬 먹구름들을 볼 수 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