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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Jun 10. 2022

비의 언어

밤이 좋아서 비를 기다려요

비는 무거운 언어로 때론 가벼운 언어로 내려앉아요

비의 언어는 밤의 언어예요

보호받고 싶은 이들의 언어예요

유희하고 싶은 이들의 언어예요

창틀에는 장문의 모스 부호가 매달려 있어요

투명한 유리창 밖에는 잠시 멈춘 흔적들이 말줄임표로 떨어져 있어요

언어는 타고 흘러요

누군가의 우산을 두드려요

바쁜 누군가의 발목에 새처럼 퍼덕이는 온점을 찍으면서

밤의 언어는 무채색으로 바닥을 타고 흘러요

바닥의 언어는 과거의 한 때를 불러 세워요

과거의 언어를 불러와요

생생하게 감각된 꿈처럼

언어는 감각을 감각하게 만들죠

참고 참았던 밤의 언어가 흐르고 있어요


비 오기 전 하늘에서는

밤의 언어를 품고 있 벅찬 먹구름을 볼 수 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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