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얇은 펜을 들면 마치 가벼운 영혼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
손은 꽉 움켜쥐고 쓴다
떠오르는 영혼을 붙잡으려는 듯이
기를 쓰고
왜 있잖아
떠나려는 영혼은 신호를 준대
어제보다 좀 더 가벼워진 것 같은 영혼을 붙들고
푸른 글씨를 꽉꽉 눌러써 본다
먹먹한 글씨들이 휘청거린다
무거운 글씨는 써지지 않고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틀린 흔적들
실타래를 풀려는 듯 자주 머뭇거리는 글자들
어디서부터 우린 꼬여버린 것이었을까
실타래의 처음을 만나려면 시간이 없고
글자들도 날아가야 하는 새벽
더 힘껏 움켜쥔 손 끝에서는
오늘은 아니기를, 간절한 기도가
너무나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