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 Jul 25. 2022

파문

풀이 눕는다
풀이 일어선다

풀이 다시 눕는다
풀이 다시 일어선다

풀은 일어서며 다시 눕는다
누우며 다시 일어선다

눕히는 것은 바람의 일이다
일어서는 것은 풀의 일이다

따라가지만 따라가지 않는 일이다
순응하지만 순응하지 않는 일이다

풀은 일어서려고 눕는다
눕기 위해 일어선다

바람의 혀가 거세게 핥고 지나갈 때
풀은 바닥까지 눕는다, 바닥부터 일어선다

바람이 풀을 부른다
풀이 풀을 부른다
풀이 바람을 부른다

풀내음이 눕는다
풀내음이 일어선다

파문처럼 파문이 몰려온다
파문이 파문을 몰고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볼펜의 가벼움은 영혼을 닮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