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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Dec 24. 2021

눈 오던 날, 막내의 풍경

밤사이 눈은 어른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이른 시각부터 쇠로 된 쓰레받기와 싸리 빗자루는 길을 만들고 연탄재는 곳곳에 뿌려졌다 삼 남매는 여러 번 디뎌 맨들 거리는 눈길을 피해 밟으며 등교를 한다 걸음이 덜 여문 탓인지 자꾸 미끄러지는 막내는 골목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질척한 눈 위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막내는 아픈 엉덩이에다 젖어 버린 옷 때문에, 차가움 때문에 울음을 터트린다 속수무책 큰 놈 둘이 떠난 자리를 고집 센 막내는 되짚어 걷는다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아픔도, 젖은 옷도, 울음도, 이 모든 차가운 것들이 따뜻함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막내는 고집으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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