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환자실
눈을 떴을 땐 수술이 다 끝난 이후였다.
내 상반신엔 할로베스트가 채워졌다. 머리부터 허리까지 고정시키는 용도였다.
머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꽤나 답답했다. 또 단단하게 몸을 감고 있다 보니 마치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당시에는 생김새도 볼 수 없어 그 갑갑함이 더 컸다.
몸속으로는 쉬지 않고 진통제가 들어갔다. 마약성 진통제였기에 효과가 강력했다. 아프지 않은 걸 넘어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식은땀이 났다.
그즈음부터 내게 섬망증세가 나타났다. 눈을 감으면 자꾸 내 주변에 검은 형상이나 아는 사람이 보였다. 떠오르려는 나를 그들이 잡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어린 시절 지냈던 장소들도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눈을 감는 게 무서워졌다. 그로 인해 잠들기도 어려웠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낮에 잠깐 졸았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떠나 가장 두려웠던 것은 깨어있는 상태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일정 기간 물을 마실 수 없었는데, 그로 인해 입이 말라 입 위에 거즈를 올려두었다. 입은 움직이다보니 거즈도 위치가 바뀌었지만, 직접 다시 제자리로 옮길 수 없었다.
눈물이 나와 눈이 시려도 꿈벅일 뿐이었다. 내게 가장 큰 벌이었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 사람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이었다.
날 위한 산소호흡기가 되려 갑갑했지만 호흡기를 빼는 것도 두려웠다. 숨을 쉬게 도와주는 장치가 없다면 죽을 것만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간호사를 소리쳐 부르는 것이었다. 호출벨이 있었지만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힘없는 내 손을 놓지 말아달라 애원했다.
살아있음에 감사한지 잠깐 만에 두려움과 불안함에서 허우적대던 시기였다. 양을 천 마리까지 세봤는데도 혼자였다.
누워만 있으니 시계도 보이지 않아 아침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계산한 시간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의 기억으로 병원을 옮긴 이후에도 한동안 나는 시계를 곁에 뒀다. 그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꼈다.
중환자실에서 대략 일주일, 나는 외상센터 일반병동으로 옮겨도 된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을 듣는다. 일상으로 한걸음 돌아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