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쿠비온 성당에 가기 위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걸어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 운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장소, 운명적인 시간이 있을 것 같다. 나에게도 지금까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운명적인 사람과 사건과 장소들이 있다. 그런데 처음 가게 되는 스페인에서 그러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걸으러 오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도 함께 걷고 싶은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걸음이었는데 다시 그곳에 가야만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코르쿠비온 마을은 땅끝마을인 피스 떼라(Fisterra)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해안가 마을이다. 대서양 바다와 접하고 있는 코르쿠비온 마을은 대부분의 집들의 지붕이 주황색 계열이어서, 참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이다. 스페인의 대부분의 마을 중앙에는 성당이 있는데, 코르쿠비온 마을의 중앙에도 성당이 있고 성당 첨탑이 대부분의 집들보다 높아서 마을 어디에서도 성당의 첨탑이 보였다.
코르쿠비온 마을은 내가 처음부터 가려고 계획했던 마을이 아니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버스를 타고 땅끝 마을인 피스 떼라에 와서 한두 시간 동안 대서양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셨는데, 바다가 너무나 아름답고 평안해 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내가 걸었던 프랑스 길은 바다를 볼 수 없는 길인데, 바다를 한참 동안 보고 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바다를 계속 보면서 걷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서양 바다를 옆에 끼고 계속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순례길은 피스 떼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이다. 그래서 대서양을 보면서 그날 이후의 일정을 결정했는데, 해가 질 때까지 바다를 낀 순례길을 걷다가 해가 지면 가장 가까운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마을이 코르쿠비온 마을이다. 운명적인 만남은 계획하지 않은 데서 일어나는 것인가 보다. 대서양을 오른쪽에 두고 세네 시간 정도 걸었는데, 자연도 날씨도 만나는 사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천국에서 걷는 것 같은 최고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알베르게를 미리 예약을 하고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았던 여정이었기에 걸어가면서 한국인들이 사용했던 코르쿠비온에 있는 알베르게를 검색했다. 한 알베르게가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인데, 가족 같은 분위기이고 숙박비용은 기부금 형태로 지불한다는 내용이었다. 왠지 따뜻한 분위기일 것 같아서, 그 알베르게를 찾아서 도착했다. 똑똑똑,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려도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없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나오는 이가 없었다.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고 곧 캄캄해질 것 같아서 다른 알베르게로 가는 것도 무리이다. 용기를 내어 더 세게 문을 두드리니, 꽤 연세가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나오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분은 스페인어밖에 할 줄 모르는 분이었다. 나는 파파고 앱과 바디 랭귀지를 활용하면서 오늘 밤 이 알베르게에서 묵어야 되는 순례자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셨다. 지금은 순례자를 받지 않는 시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는 이곳이 처음이고 밤이 캄캄해져서 다른 알베르게를 갈 수도 없다는 상황을 말하였다. 역시 순례길은 그리 인색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셨고, 나는 할아버지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알베르게 안에는 할아버지와 중년의 여성과 조금 더 젊어 보이는 남자, 이렇게 세 사람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나에게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보셔서, 배고픈 표정을 지으면서 아직 먹지 않아서 엄청 배고픈 상황임을 알렸다. 한국에서는 낯 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생각하지도 못할 일인데, 나는 처음 보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들은 냄비에 남은 수프를 긁어서 담아 주고, 샐러드도 마지막 남은 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처음 보는 이를 환대해 주는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년의 여성은 프랑스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다행히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밤늦게 용기 있게 찾아온 나를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았고, 나는 이렇게 되었으니 엄청 활발한 버전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소개하였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혼자 온 순례자이고, 오늘 하루의 여정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버스를 타고 피스 떼라로 왔고, 피스 떼라에서 코르쿠비온까지 걸어와서 이 알베르게까지 오게 되었다는 내용을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여성은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이라고 했다. 남자 두 분과는 파파고를 이용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피곤이 몰려와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호스트인 할아버지는 다른 방에서 주무시고, 우리 세 사람은 이층 침대가 있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기에 우의를 입고 걷는 날이다. 마을에 들어가면 성당에 가서 기도하는 것이 이번 나의 순례길 여정의 주요 목적 중에 하나이기에, 마을 중앙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오전 10시 30분쯤,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이기에 기도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처음 가보는 스페인 마을 성당에서 드리는 기도이기에, 이번 순례길에서의 기도는 눈을 뜨고 기도를 드리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성당 앞 쪽에는 작고 동그란 채광이 하나 있었다. 비가 오는 흐린 날이기에 채광으로 들어오는 빛이 적아서인지 성당 내부 하나하나의 모습이 잘 보였다. 10분 정도 기도하고 있는데, 아주 밝은 빛이 채광을 통해서 성당 안으로 강렬하게 들어왔다. 사도 바울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만났듯이, 성령 하나님이 빛으로 오신 것 같은 성령 충만을 느껴서 간절히 기도했다. 간절한 기도제목이 많았던 시기였는지라, 불의한 재판관에서 간청하는 과부(누가복음 18:5) 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강렬한 햇빛은 사라지고, 아주 자연스러운 빛이 채광을 통해 다시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 3번의 장면을 모두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강렬한 빛이 들어올 때는 빛에 의해 성당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성령 충만할 때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하늘을 날듯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서 성당 관계자를 찾아서 그 순간의 일들을 간증하듯이 울면서 나누었다. 관계자 분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You are holy now!"라고 반응을 해 주셨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헌금을 드렸고, 순례자 여권에 코르쿠비온 성당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성당 밖으로 나와서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도장과 사진을 보니, 그날의 날짜와 시간이 있었다. 나는 이 날 이 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날은 2024년 5월 18일 오전 11:10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연한 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평생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고 성령충만으로 간절히 기도했던 시간이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기도의 내용이 있다. 그 기도가 응답되면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한번 더 걸으러 갈 것이고, 코르쿠비온 성당 그 자리에 다시 앉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스페인의 작은 해안가 마을인 코르쿠비온이 나에게는 다시 찾아가고픈 영적 고향과 같은 마을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어느 날 소망이 현실이 되어 나에게 올 것임을 믿으며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