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아름답다!
"청춘은 왜 아름다울까?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젊음 자체가 아름답기에, 혹자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삶이기에, 혹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춘이기에, 청춘은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신만의 인생 철학으로 그 길을 오롯이 걸어가는 청년들을 만나면서, 나는 청춘이 참 아름답구나라는 감탄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 걷는 것은 외롭지 않다. 나처럼 전세계에서 혼자 순례길을 걷기 위해 온 이들이 많기에, 그들과 만나고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순례길의 최고의 즐거움이다. 맑은 하늘이 너무나 예쁜 날, 건장한 청년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Buen Camino!" 나도 웃으면서 화답을 한다. "Buen Camino!" 미소띤 얼굴과 가지런한 치아에서 건장함이 느껴지는 청년이었다. 우리는 간단한 대화를 시작한다.
"Where are you?" "I am from Taiwan." "I am from South Korea."
대만에서 온 청년이었다. 이번이 두번째 순례길이라고 한다. 첫번째 순례길에서 완주를 못해서 이번에는 완주를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완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의 걸음을 의미있게 걷는 것이라고 한다. 인사를 할 때부터 몸도 마음도 참 건강한 청년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대화를 하면서 더욱 더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쓰고 유투브도 하는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한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가 느꼈던 의미와 감정들이 그가 하는 일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의미있게 전달되기를 기대하면서 아쉬운 헤어짐을 했다.
그리고 2,3일 지난 어느 날 우리는 길에서 두번째 만남을 했다. 여러 명과 함께 걷게 되어서 첫번째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훨씬 여유 있는 얼굴 표정을 보면서 그동안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익숙한 순례길을 걷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먼저 예약한 알베르게에 도착하게 되어서 짧은 두번째의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순례길을 걷다가 두 번이나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게 되어 만났던 청년이 있다. 로르카 마을의 한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와 몬하르딘 마을에서 기독교 공동체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독일 청년이다. 이 청년과 같이 묵었던 두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이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관례인 독특한 알베르게였다. 그래서 이 청년과 여러번 만나게 되었는데, 마주칠 때마다 수줍은 듯한 연한 미소로 인사를 하면서 지나가기에 한번쯤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청년과 나는 걷는 속도와 걷는 스타일이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발하는 것도 그리 급하지 않게 천천히 출발하고, 즐기며 걷다가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들꽃과 풀내음이 좋으면 적당한 곳에 앉아서 한참을 즐기다가 다시 길을 걷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길에서도 자주 만났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그 청년이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어느 때는 내가 앉아서 쉬고 있노라면 그 청년이 옅은 미소를 띠면서 나를 지나가곤 했다. 그러다가 같이 길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화학을 전공한 청년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직장에 첫 출근을 하기 전에 시간이 한달여 있어서 산티아고를 걷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 청년의 강직한 성품이 느껴졌다. 첫만남에서의 수줍은 미소는 낯 선 이에게 보내는 인사였다면, 조금은 친숙해지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견고한그림을 살포시 보여주는 청년의 친밀함이 느껴졌다. 아시아 청년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내야 하는 반면, 유럽 청년들은 잠깐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러 오는 것 같았다. 지금은 첫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예쁜 청년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화이팅!!
뒤에서 군대가 걸어오는 듯한 경쾌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들려오는 소리로 봐서는 한두사람이 아닌 듯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는 열정적이고 활기찬 젊음의 소리였다. 드디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서로를 보면서 서로가 놀란다. 나는 한두 명도 아닌 다섯 명의 한국 청년들을 머나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어 놀랐고, 청년들은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걸어오면서 그룹으로 걸으시는 한국 중년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나처럼 혼자 걷는 한국 중년 여성은 처음 만나서인지 다들 약간은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약간은 겸연쩍은 얼굴을 띠었지만 어깨는 으쓱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청년들은 소방관 시험을 합격한 예비 소방관들이었다. 소방관이 되는 과정은 먼저 소방관 시험을 합격해야 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6개월 과정의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소방서에 배치를 받는다고 한다. 청년들은 6개월동안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소방서에 배치받기 전에 시간이 생겨서 9명이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4명 밖에 없어서 다른 5명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자신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하는 그룹이고 뒤에 오고 있는 5명은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그룹이라고 한다. 같이 왔지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걷고 있는 역시 MZ 세대였다.
4명이 소방관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모두 각자 달랐다. 가장 나이가 있어보이는 청년은 예전에는 직업 군인이었는데 소방관이 되기로 했다고 한다. 나이도 30대였다. 한 청년은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갔는데, 제대하고 나서 대학에 복학을 하지 않고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고 소방관이 되었다고 했다. 여자 청년과 한참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소방관이 되기로 한 계기가 독특했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 우연히 한 소방관을 만났는데 자신의 직업에 민족할 뿐만 아니라 소방관 직업을 추천했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직장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는데, 소방관을 만족해하는 그 내용에 감동해서 본인도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4명 모두 얼굴이 정말 밝고 활기차 보여서 좋았다.
이틀 후에나머지 5명의 소방관을 알베르게에서 만났다.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게 된 것이다. 이틀 전에 만났던 소방대원들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니, 이들은 알베르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도착하면 묵을 수 있는 알베르게를 찾기 때문에 각자 다른 알베르게 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틀 전에 아침 먹고 출발하는 5명의 소방대원들이 누구인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엄청 신났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해가 동터오기 전에 일찍 출발하는 이들을 2층 테라스에서 보게 되었다. 그들의 열정과 성실에 감동을 하면서 테라스에서 헤어짐의 아쉬운 마음을 담아서 사진을 찍었다. 지금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소방서에 배치받아서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대한 청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